구조조정을 벌이는 경영자에게 리더십은 어려운 짐이다. 종업원들에게 주는 것 없이 요구하는 것만 많아서다. 때에 따라서는 명예퇴직이란 이름으로 일자리까지 빼앗아야 한다. 특히 외부 영입 케이스는 밖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사원들이 보이는 적대감도 감당해야 한다. 서두칠 이스텔시스템즈 사장과 김재우 벽산 사장은 이런 벽을 넘은 사람들이다. 지난 21일 밤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21세기비즈니스포럼(회장 노부호 서강대 교수) 세미나는 이들 '구조조정 전도사'들이 갖춘 리더십 덕목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것은 말이나 문서가 아니라 몸으로 직접 모범을 보임으로써 모두를 이끄는 실천의 리더십이었다. 모든 것을 공개하며 고통을 같이 나누는 '열린 경영'이 서 사장의 리더십 스타일이다. 그는 이날 발표를 통해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전략이나 기술도 빠뜨릴 수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 경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영정보 공유 △비전 제시 △경영자의 헌신과 몰입 등 세 가지를 구조조정 핵심과제로 들고 리더가 이야기꾼(storyteller)이 돼 종업원들에게 아낌없이 주면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전기초자 시절 하루 3차례씩 3개월간 기밀비 내역까지 알려주는 등 경영정보를 공개했더니 회사 사정을 훤히 알게 된 종업원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며 "혁신과정에서 필수적인 자기 희생과 헌신 창의력 등은 종업원들의 이런 참여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방통행 장유유서 상명하복 등의 권위주의적 구태를 벗어던지면 인간존중의 문화가 형성되고 리더십은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구조조정을 3년쯤 하면 종업원들의 개인생활 목표와 회사의 목표가 일치하는 단계가 올 수 있다"고. 김 사장의 리더십 스타일은 그의 좌우명인 '착안대국 착수소국(着眼大局 着手小局)'에서 찾을 수 있다. 눈은 멀리 보지만 손대는 일은 가까운 일부터 한다는 뜻이다. 그는 "사소한 변화로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나름의 해석을 갖고 있다. 원대한 비전을 세우되 실행은 가까운 것부터 신속하게 한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그래서 그가 특히 강조하는 리더의 덕목이 바로 의사결정의 신속성이다. 김 사장은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말을 인용,"위기상황에서 리더가 내려야할 의사결정은 무엇(what)이 아니라 언제(when)가 더 중요하다"며 "빨리 내린 잘못된 결정이 늦게 내린 바른 결정보다 낫다"고 강조했다. 아무 것도 결정짓지 못하는 회의는 특히 금기시하고 있다. 그는 간부들에게 "납기없는 업무는 없다"며 회의를 마칠 때 쯤에는 반드시 논의된 일들의 마감시간을 정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야 나중에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는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부호 교수는 "두 사람은 자기 희생과 솔선수범으로 구조조정기 리더십의 표본을 보여준 경영자"라고 평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