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관련 집단소송제가 조만간 도입될 모양이다. 정부와 여야는 분식회계 부분은 1∼2년 유예하되 주가조작과 허위공시 등에 대한 집단소송제를 우선 시행하고 적용대상기업을 모든 상장·등록기업으로 확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고 한다. 분식회계 주가조작 허위공시를 발본색원해 경영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기업들이 반성할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집단소송제를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는 미국내에서조차 제도의 폐해에 대한 논란이 많은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서둘러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데는 솔직히 동의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도입하고자 한다면 소송남발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먼저 확실히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또 적용대상기업이 모든 상장·등록기업을 포괄할 정도로 광범위해서는 안되며 분식회계 유예기간도 1∼2년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집단소송은 기업의 존립 자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정도로 메가톤급 파괴력을 갖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그런 점에서 소송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한 한나라당의 안은 평가받을 만하다. 한나라당 안은 일정 주식지분을 보유한 사람에게만 소송자격을 부여하고 법원의 허가를 얻기 전에 반드시 금융감독원의 심리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또 집단소송이 무고로 드러날 경우 기업측이 주주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공탁금제도를 도입토록 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무분별한 소송은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소송대상기업을 당초 정부안(자산 2조원 이상)과는 달리 모든 상장·등록법인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은 문제가 많다. 이 제도에 대한 대응이 미숙한 중견중소기업들은 초기 시행과정에서 집중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고 회사자체가 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분식회계 집단소송을 1∼2년만 유예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행처럼 되풀이돼 온 분식회계로부터 자유로운 기업은 많지 않다. 때문에 1∼2년 정도의 유예기간으로 모든 기업의 과거 분식행위가 정리되기는 힘들 것이다. 과거분식행위에 대한 민사·형사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또 한가지 강조해두고 싶은 것은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면 출자총액제는 폐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집단소송제 도입으로 투명경영이 확립된다면 굳이 과다한 규제로 기업의 발목을 잡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