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시민단체'] (2) 격화되는 '참여'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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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의 시민단체로 꼽히는 참여연대는 말 그대로 조직도 방대하다.
상근자만 해도 50명이 넘고 참여사회연구소 등 부설기관이 5개, 경제개혁센터 등 활동기관이 9개, 사무처와 각종 회원모임도 10여개가 넘는다.
94년 설립 이후 9년 동안 눈부시게 성장해온 결과다.
90년대 중반 '진보적 시민운동'이라는 기치를 내걸면서 경실련과 전국연합(재야단체연합)의 공백을 파고들었던 전략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이후 대중적인 이슈발굴, 소송과 입법청원, 그리고 주주총회 활용이라는 전략전술을 견지하면서 시민운동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공의 비결이 지금은 오히려 참여연대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사회 시민단체의 대표주자인 참여연대를 둘러싼 논쟁을 살펴본다.
◆ 진보진영 내의 비판
2001년 4월.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던 몇몇 교수를 중심으로 '대안연대회의'라는 단체가 결성됐다.
대안연대회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조원희 국민대 교수는 "경제민주화위원회가 내걸었던 소액주주운동에 대해 내부에서도 문제제기가 많았다.
소위 '시장 근본주의'와 진보적 시민운동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고 대안연대 회의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후 시대적 분위기에 편승해 재벌을 '무조건 악(惡)'으로 규정하는 듯한 분위기도 이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참여연대가 힘을 쏟고 있는 소액주주운동은 결국 미국과 IMF(국제통화기금)가 바라는 재벌의 해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상황 인식도 작용했다.
시민단체 내부에서 제기되는 참여연대의 또 다른 문제점은 시민운동의 '독과점 문제'다.
시민운동에조차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10여년간 시민운동에 몸 담았던 한 인사는 "조직의 방대화는 의사결정 과정이나 조직운영의 관료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는 또 시민운동의 본질적 가치라고도 할 수 있는 '다양성'을 훼손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실장은 "시민단체가 하는 일 가운데 상당수는 정치단체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참여연대가 모든 이슈들을 따라잡는 것이 벅찬게 현실이다. 시민단체의 수가 늘고 활동폭이 넓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다른 단체들의 시각
영국계 크레스트증권이 SK㈜ 최대 주주로 부상하자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외국자본에 경영권 넘기기 위한 소액주주운동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 사무총장인 최병일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액주주운동이 기여한 측면도 분명 있다.
하지만 승소율도 낮은 소송을 남발함으로써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지배구조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됐던 현대그룹에 대해 참여연대가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순수성에 의심을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바른사회…'는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참여연대의 '개혁독주'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익단체로 분류할 수도 있는 자유기업원은 참여연대와 소송까지 간 적이 있을 정도다.
자유기업원은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이 주주가치 증대라는 표면적인 목표를 넘어 재벌개혁, 나아가 민중에 의한 자본통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해 주목을 끌었다.
김용준.이태명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