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들 남대문시장에 나가보니…"景氣 이렇게 나쁠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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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왜 오셨어요? 서울시장도 왔다 갔고 국회의원들도 이미 줄지어 다녀갔는데…."
현장 경기를 직접 느껴보자며 남대문시장을 찾은 김원태 김태동 최운열 이근경 위원 등 4명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을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이렇게 맞았다.
"시장 경기가 이렇게 나쁜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22일 오전 11시.상인들과 대화를 마치고 ㈜남대문시장 사무실을 나서는 금통위원들의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금통위원들의 '민생투어' 첫 행선지는 한은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남대문시장.
"예전에는 한 달에 2개 정도가 문을 닫았으나 최근 한 달반 동안은 15개나 문을 닫았다" "예전에는 거의 모든 가게들이 24시간 영업했지만 요즘은 40% 이상이 새벽에 문을 열지 않는다" "저축은행에서는 돈을 빌려주지 않아 1천만원당 하루 이자가 12만원이나 하는 사채를 끌어다 쓰고 있다"는 등 상인들의 불만이 거침없이 터져 나왔다.
한 금통위원이 "그래도 작년에는 장사가 잘 되셨죠?"라고 질문하자 상인들의 목소리는 더욱 날카로워졌다.
강용호 ㈜남대문시장 부사장은 "지난해 국가경제가 6% 이상 성장했다고 하는데 이는 일부 부유층을 상대하는 명품 업체들의 얘기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든 한 해를 보냈고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금통위원의 기대 섞인 발언을 무안할 정도로 일축했다.
김태동 위원은 "체감경기가 안 좋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 같다"며 "이런 기회를 앞으로 좀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
좁은 시장통을 빠져 나가는 금통위원들을 바라보는 시장 상인들의 눈길은 곱지 않았다.
"길 하나만 건너면 올 수 있는 시장인데 뭐하러 몰려다니는지 모르겠어요.
높은 분들이 여러 차례 다녀갔지만 아무 대책도 없었어요.
경기가 어떤지는 물건 사는 사람들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는데…."
금통위원들은 경제 현장을 직접 챙기겠다는 취지 아래 다음달 15일까지 동대문시장 백화점 등 유통시장을 둘러보고 대기업 최고경영자와 벤처사업가도 만날 계획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