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부자' 논쟁 가열.."돈에 대한 철학 제시" "富축적에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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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게 아닙니다.깨끗한 부자가 되도록 책임을 지우자는 겁니다"(김동호 목사)
"현재 한국 사회에 깨끗한 부자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청부론'은 교회다니는 지저분한 부자들의 마음만 편하게 해주는 위험한 발상입니다."(고세훈 교수)
최근 기독교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높은뜻숭의교회 김동호 목사의 "청부론(淸富論)"을 놓고 지난 21일 서울 목동 CBS공개홀에서 열띤 논쟁이 벌여졌다.
청부론이란 축적과정이 깨끗하다면 기독교인도 물질적 부(富)를 누려도 좋다는 것.
청부론을 주창한 김 목사의 저서 '깨끗한 부자'는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이는 기독교의 본질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며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삶을 좇아 '자발적 가난'의 길을 택해야 한다는 반론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같은 논란을 대화로 풀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 목사 본인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운영위원인 김남호 집사(허쉬초콜렛 사장)가 청부론 옹호 입장에서,대전빈들교회 허종 목사와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 고세훈 교수(고려대 행정학과)가 비판적 입장에서 1백여분에 걸쳐 설전을 벌였다.
김 목사는 "부는 복(福)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부는 하나님이 주신 은사로써 잘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하나님의 몫과 가난한 이웃의 몫을 남기고 유산을 남기지 않으면 깨끗한 부자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고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가 깨끗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부를 축적하는 과정이 영성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부와 물질은 기만적이고 교활하다"고 단정했다.
그는 또 "'깨끗한 부자'는 부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부자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김 집사는 "현실적으로 부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교회는 이들에게 철학과 윤리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자가 깨끗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이랜드가 수익의 10분의 1인 1백6억원을 사회에 십일조로 낸 일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고 교수는 "카네기,록펠러는 돈을 바르게 쓴 사업가로 통하지만 노동운동을 극심하게 탄압했었다"며 "이랜드도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사업을 하는 한 축적과정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허 목사는 "그리스도인은 예수를 믿을 뿐 아니라 그의 삶을 따르는 자"라며 "가난한 자들에게 신앙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것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전의 양면 같아 보이는 토론자들의 입장 차이는 장시간의 토론 끝에도 좀처럼 좁혀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청부론 논쟁은 물질주의와 성장주의가 지배해온 한국 개신교계가 부의 참다운 의미와 교회의 역할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