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단은 기업들의 투자 외면에다 경기침체로 잡초만 무성합니다." 지방공단을 조성한 자치단체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7~8년 전부터 우후죽순으로 공사에 들어갔던 지방의 중소 공단들이 미분양사태로 불모지대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 오송보건의료과학산업단지 등 전국 20여개 공단이 조성이 끝났거나 기반공사가 마무리되고 있지만 상당수 공단이 버려진 땅으로 전락하고 있다. 혈세만 축낸 게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주민들은 "미분양 상황에 처한 공단들은 대부분 제대로 된 수요조사조차 거치지 않은 것들"이라며 "지역 국회의원들의 표를 의식한 압력이나 개발기관들의 사업실적 올리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예산낭비의 전형적 사례"라고 꼬집고 있다. 정부가 7천여억원의 거액을 투자한 충북 청원군 오창면 일대 오창과학산업단지. 바이오를 중심으로 첨단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며 거창한 계획을 세웠으나 결과는 참담하다. 지난해 말 준공되기 이전부터 분양에 나섰으나 최근까지 분양률은 48%선에 그치고 있다. 교통 등 인프라가 좋지 않아 분양받은 업체들이 제때 입주할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 "모두 2백85만평에 달하는 빈 땅을 어떻게 채울지 걱정부터 앞선다"고 밝혔다. 충주 외곽에 있는 충주공단. 지난 90년 초 착공했으나 10년이 지나도록 완공조차 못하고 있다. 입주 희망기업이 없고 정부와 충북도에서 공단 조성 사업비를 배정하지 않아 공사가 마냥 지연되고 있다. 전남 영암군 삼호면에 있는 대불산업단지도 비슷한 실정이다. 97년까지 사업비 5천5백2억원을 들여 3백92만6천평의 대규모로 조성했지만 분양률은 39.1%에 그치고 있다. 입주업체 1백39개 가운데 공장을 가동중인 업체는 75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23개사는 착공도 못하고 있고 휴업중인 업체도 15개나 된다. 주변에 주거시설이 없고 전기와 수도, 가스 등 부대시설도 크게 부족해 업체들이 입주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목포시가 시내 공업지역을 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면서 대불공단 입주를 권유하고 있으나 업체들은 타지로 이전을 고려중이다. 광주 광산구 장록동, 월전동 일대에 조성된 평동외국인기업전용단지는 96년부터 입주가 시작됐으나 입주업체 27개 가운데 가동중인 곳은 TOP, 신한포토닉스, 철구조물 제작업체인 월드산업 등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나머지는 건물만 지은 후 개점 휴업중이거나 짓다 만 곳도 태반이다. 지금껏 착공을 미루고 있는 업체도 동백산업 등 5개사에 이르고 있다. 정치논리에 밀려 개발됐던 김천구성공단과 왜관지방산업단지는 토지공사에 엄청난 손실을 입히고 있다. 3백91억원의 예산을 들여 93년 말 조성 공사를 완료한 김천시 구성면 송죽리 일대 24만5천평 규모의 구성지방공단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단 한 곳의 공장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 토지공사는 결국 부지 전체를 타 용도로 변경할 계획이다. 직접 투자비용과 금융비용을 모두 합칠 경우 1천억원에 가까운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분양한 칠곡군 왜관읍 왜관2산업단지 공장용지 14만6천평도 평당 33만원에 공급을 시작했으나 5개월 동안 매각된 토지는 고작 2필지 2천평에 그친다. 무이자 3년 분할납부와 입주기업에 대한 취득세.등록세 면제 등 특전을 주면서까지 매각에 나섰지만 입주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 전국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