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기기왕국' 프랑스 테팔社를 가다] 전세계 소비자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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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명소인 오페라극장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백화점 갤러리 라파이예트.
이곳 지하1층은 생활용품과 주방도구의 메카이다.
크리스탈 식기 "라리크",독일산 주방용 칼 "츠빌링"등 세계 유명 브랜드는 모두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다리미 압력솥 등을 파는 소형 주방가전 매장이 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곳에 진열된 제품의 60%가 "세브""테팔""칼로"등 세브그룹 제품이다.
일류 브랜드만 사들인다
세브그룹은 세계적인 생활용품·주방가전 기업.
지난해 매출은 24억9천5백만유로(약 3조1천억원)에 달했다.
이 그룹은 한국에 널리 알려진 주방가전 테팔을 비롯해 물리넥스 크룹스 칼로 로벤타 아노 등 7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이 가운데 세브그룹이 자체적으로 만든 브랜드는 세브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다 사들인 것이다.
그래서 세브그룹은 기업 인수·합병(M&A)의 왕국으로도 불린다.
세브는 1953년 압력솥을 처음 개발했고 60년대부터 프라이팬 전문업체 테팔,다리미 전문업체 칼로,독일 주방가전 업체 로벤타,브라질의 아노를 차례로 사들였다.
2001년에는 테팔의 경쟁자였던 물리넥스와 크룹스를 매입했다.
소비자 파악에 총력 쏟는다
테팔의 프라이팬 공장이 있는 프랑스 남부 공업도시 루밀리.
이곳의 프레젠테이션 룸에는 팬이 뜨거워지면 바닥 색깔이 변하는 열센서 프라이팬,손잡이를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조리기구등 테팔의 시장 주도적 발명품이 진열돼 있다.
신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은 최소 5년,가정용과 업소용 다리미의 장점을 모아 만든 '스팀 스테이션'의 경우 약 15년이 걸렸다.
소비자 리서치에만 평균 3년이 걸린다.
데니 베귈 소형가전 담당 부사장은 "소비자를 독신자 주부 전문가와 디자인을 중시하는 고객 등 네 그룹으로 세분해 제품을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현지시장 최대한 존중한다
세브그룹의 또 하나 중요한 원칙은 철저한 현지화.
품질관리는 중앙 집중식을 고집하지만 모델 개발에서는 유연한 지역 분권주의를 지향한다.
이런 원칙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한국식 불고기판(코리안 그릴),중동식 찜·구이기구(타진),스페인식 볶음밥(파에야) 조리기로 이들 제품은 모두 현지에서 크게 히트했다.
프라이팬의 경우 볶음요리가 많은 한국에는 바닥이 깊이 팬 모델,중국계가 많은 지역에는 바닥이 공처럼 튀어나온 튀김팬 등으로 다양화했다.
이에 대해 주방용품 해외시장 매니저인 로랑 디울리우스씨는 "우린 프랑스산 제품을 수출하는 게 아니라 현지 소비자들이 즐겨 쓰는 제품에 첨단 기술을 더해 주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파리.안시(프랑스)=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