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과연 한국으로 올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달 미국 방문 때 인텔의 크레이그 배럿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을 만나 공장 유치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1위의 반도체회사인 인텔의 반도체 공장 유치가 관심을 끌고 있다. 투자 규모는 최대 1백억달러다. 정부는 인텔의 공장유치를 위해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일정액 이상의 투자를 하는 외국인 투자업체에 대해 현금을 보조(Cash Grant)해주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텔은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여러 지역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어 실제 성사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인텔은 해외에 공장을 설립할 때 여러 지역의 후보지를 검토하고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낸 뒤 최종단계에서 발표를 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번에도 인텔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한국에 반도체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것. 업계는 그러나 인텔이 이미 아시아에 반도체 일관생산공장(팹)을 세운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 한국 등 아시아지역은 최근 수년간 기대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왔고 앞으로도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새로운 생산기지가 필요한 입장이라는 얘기다. 인텔은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의 38%를 아시아권에서 올렸다. 인텔은 중국 상하이와 말레이시아,필리핀 등지에도 공장을 갖고 있지만 조립과 검사 등 후공정라인과 물류센터에 불과하다. 핵심 공정인 반도체팹은 미국과 유럽에 집중돼 있다. 장기적으로는 핵심 공정도 아시아에 세워야 한다는 게 인텔의 속마음이다. 인텔이 원하는 공장이 PC 핵심 부품인 중앙처리장치(CPU) 공장인지 플래시메모리 공장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는 대형 PC업체들이 주로 미국에 자리잡고 있는 반면 아시아지역은 휴대폰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플래시메모리 공장 건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텔은 공장 후보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핵심 기술 수출을 금지토록 한 '바세나르 협약'에 묶여 중국에 반도체공장을 짓기는 쉽지 않다. 시장은 크지만 반도체산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력과 기술적인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도 단점이다. 대만의 경우 지진이 빈발하는 데다 용수도 부족하다. 말레이시아는 기술적인 단점,싱가포르는 용수 부족이 단점으로 꼽힌다. 한국은 반도체 인력과 기술이 풍부한 데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이 가깝고 전력과 용수 등의 문제도 덜한 편이다. 물론 인텔이 감안하고 있는 한국의 단점도 있다. 강성 노조 설립 가능성과 북한과의 대치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