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남부 시아파 회교도의 성지 카르빌라는 연일 순례자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성지순례에는 이란 등 인접국의 신자들까지 몰려와 이번 주만도 2백만명이 집결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한다. 검정색과 초록색 깃발을 든 순례자들은 찬양과 함께 손으로 가슴을 치거나 자신의 몸을 칼로 그어 그 피를 주위 사람들에게 뿌리는 의식도 갖는다. 이들의 성지순례는 지난 30년간 후세인의 수니파 정권에 의해 금지됐었는데 후세인 정권의 붕괴와 함께 시아파들은 종교자유를 되찾은 것이다. 시아파 무슬림은 이라크 전체 인구 2천5백만명의 65%에 이르는 다수였는데도 수니파가 지배하는 집권 바트당에 의해 엄청난 차별과 박해를 받았다. 시아파의 성지순례는 680년 이맘 후세인이 카르빌라에서 참수당한지 40일째 되는 날을 기념하는 것으로,기독교인들이 예루살렘을 성지순례하듯 시아파 회교도가 한번쯤은 방문해야 하는 필수코스다. 사담 후세인 정권 아래에서 시아파가 박해를 받은 것처럼 아랍권에서는 시아파와 수니파가 알력을 빚으면서 종종 폭력을 일으키곤 하는데 그 분쟁의 뿌리는 깊다. 교조 마호메트에게는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그가 죽은 후 후계를 둘러싼 대립이 격화되면서 시아파가 생겨났다. 수니파는 마호메트의 후계자를 칼리프왕조의 칼리프(계승자)로 보는 데 반해 시아파는 마호메트의 사위인 알리를 칼리프로 섬긴다. 시아파 회교도는 전 세계 10억 신자중 15% 정도로,회교국 중 이라크 이란 바레인에서만 다수 종파다. 시아파가 소수인 국가에서는 한결같이 시아파에 대한 탄압이 자행돼 왔는데 이라크는 다수 종파이면서 탄압을 받은 유일한 국가였다. 이라크의 전후 권력 공백기에 시아파가 전면에 등장하자 주변 아랍 국가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란처럼 원리주의에 투철한 이슬람 신정국가로 변모될까 봐서다. 시아파는 이번 성지순례를 자파 세력확장의 계기로 활용하는 한편 치안유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한다. 종파 내부의 주도권싸움이 한창이긴 하나 어쨌든 시아파의 행보가 이라크의 미래를 결정할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