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23일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를 소환해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4천억원을 대출해준 과정에서 정치권 외압 의혹 등에 대해 조사했다. 김종훈 특검보는 "엄 전 총재가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인데다 산업은행 관련 자료를 분석한 상황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확인하기 위해 불렀다"고 소환 배경을 설명했다. 엄 전 총재는 이날 오전 9시50분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H빌딩 지하 5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 조사실로 들어섰으며 자신의 발언과 관련된 언론보도가 사실이냐는 질문에 "두고 봐야겠지요"라고 짧게 답한 뒤 조사실로 직행했다. 특검팀은 엄씨를 상대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밝힌 대북송금 의혹관련 발언의 진위 여부와 산은 총재 취임 후 현대상선 대출과정의 문제점 및 의혹사항, 외압 정황 등을 집중 조사했다. 또 엄씨가 총재 취임 후 현대상선 대출과 관련해 국가정보원 대북사업담당 김보현 3차장으로부터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한 부분에 대해서도 경위를 물었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2000년 8월말 청와대 경제장관회의 직후 이기호 당시 경제수석에게 현대상선 대출 문제를 언급했더니 '알았다.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엄씨의 증언 내용에도 주목하고 있다. 2000년 8월 산은 총재로 부임해 현대상선 대출의 사후처리를 맡았던 엄씨는 작년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취임 후 만난 김충식 현대상선 사장이 '현대상선이 쓴 돈이 아니니 못갚겠다'며 정부에서 쓴 것이니 정부가 갚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엄씨는 이어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전임 (산은) 총재였던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한광옥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대출을 지시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고 증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특검팀은 엄씨에 이어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 당시 이를 전결처리한 박상배 전 산은 부총재를 24일 소환해 대출 당시 외압실체 등을 조사할 방침이며 이근영 전 금감위원장은 다음주 이후 소환을 검토중이다. 특검팀은 이 전 금감위원장과 전화 통화한 것으로 알려진 한광옥 전 청와대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소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 전 실장은 "이 전 금감위원장과 현대상선 대출과 관련해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