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많이 읽는 회사가 경영성과도 좋다.' 외환위기 때 자본잠식으로 문닫을 위기에 몰렸던 회사가 창의력을 중시하는 '독서경영'을 통해 매출액 2백21억원, 순익 22억원의 알짜기업으로 급성장했다. CD-R 등 데이터 저장미디어 전문제조업체인 이메이션코리아(대표 이장우)는 경영상황이 최악이었던 지난 98년부터 회사돈으로 직원에게 읽고 싶은 책을 무조건 사줬다. 한푼이 아쉬운 마당에 책값을 '제한 없이' 쓴지 2년 만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97년 29억원에 달하던 적자가 99년 15억원의 흑자(매출 1백47억원)로 돌아섰다. 매출규모도 2000년 1백70억원, 2001년 1백96억원, 지난해 2백21억원으로 늘어났다. 1인당 매출액은 8억2천만원에 달했다. 이 회사가 작년에 직원 27명의 도서구입비로 쓴 돈은 2천5백만원. 1인당 92만원꼴이다. 권수로 치면 1년에 1백권 이상씩 읽은 셈이다. 마케팅팀 조철웅 대리의 경우 지난해 책값으로 1백만원 넘게 썼다. 그는 감성마케팅과 서비스 관련서를 집중 탐독하며 그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무리 첨단기술이라도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감성 마케팅'이라는 무형의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그는 이를 곧바로 업무에 활용했다. 그 결과 이 회사의 CD-R 판매량은 2001년 1천2백50만장에서 지난해 2천80만장으로 껑충 뛰었다. 회사는 1년에 네차례 '북랠리(Book Rally)' 행사를 갖고 직원들이 자유롭게 책을 선택하고 소유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세계 책의 날(23일)을 맞아 이번주 25∼26일에는 속초에서 1분기 목표 초과달성 기념 북랠리 축제를 갖는다. 책을 통한 창의력 개발과 경쟁력 제고는 이장우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그는 연간 2백여권의 책을 읽는 독서광이다. 출퇴근 길과 출장지는 물론이고 자투리 시간들을 최대한 활용해 책장을 넘긴다. 저서도 4권이나 냈다. 그 중 '마케팅 잘하는 사람, 잘하는 회사' '미래경영 미래CEO' '당신도 경영자가 될 수 있다' 등은 장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특히 '당신도…'는 중국어판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책 만한 아이디어의 보고가 어디 있겠습니까. 책갈피 사이에서 반짝이는 지혜를 찾아 현실에 응용하고 발상의 전환까지 이룬다면 이석삼조이지요. 독서는 이른바 감성경영이라는 21세기 화두의 핵심 요소입니다." 그는 독서경영의 성과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실험 연극과 미술 창작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