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컨벤션 시대] '황금산업' 꽃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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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셀도르프는 독일 북서부 라인강변에 있는 인구 56만명의 작은 도시다.
이곳엔 전세계에서 매년 3백만명이 박람회를 참관하기 위해 찾아온다.
뒤셀도르프는 교통요충지가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이곳을 찾아오려면 무척 힘이 든다.
한국에서도 비행기로 프랑크푸르트에 내려 기차로 갈아타야 한다.
더욱이 이 도시에서 박람회가 열리는 기간에 호텔잡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바이어와 관람객들이 박람회에 참여하겠다는 일념으로 뒤셀도르프에 모인다.
왜 이 곳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몰릴까.
박람회는 뉴비즈니스 모델
뒤셀도르프 박람회에 바이어들이 대거 몰리는 이유를 캐내는 것이 바로 '컨벤션산업'의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일일 것이다.
사람들이 뒤셀도르프를 찾는 첫번째 이유는 이곳 박람회에선 전시업종의 산업동향을 한눈에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에서 업계를 주도하는 기업들이 모두 참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년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의료기기박람회(MEDICA)를 찾아가 보라.
그러면 앞으로 한햇동안 세계 의료기기의 동향을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MEDICA는 올해엔 테러 및 전쟁대처용 의료기기가 히트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감하게 해줬다.
둘째로 컨벤션은 단순한 행사준비가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박람회를 하나의 행사나 이벤트로 생각한다.
그러나 컨벤션산업은 이제 21세기 굴뚝없는 신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계속 성장세를 멈추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이자 지식재산권이 된 것이다.
뒤셀도르프 박람회 주관기관인 뒤셀도르프 메세는 도시외곽에 20만㎡ 규모의 컨벤션전용 전시장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 3년에 한번 열리는 플라스틱박람회는 개장하기 4년 전부터 일정표를 짠다.
전시회를 홍보하는 방법도 남다르다.
종합일간지에 광고를 내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전문지를 통해서만 홍보한다.
전시회를 열기에 앞서 참여 대상 국가를 방문, 사전 설명회를 여는 것도 필수다.
부스를 설치하는 방법도 독특하다.
외곽에 전시해도 소외되는 느낌을 받지 않게 배열한다.
참여업체가 불만을 터뜨리면 다음에는 어김없이 개선한다.
놀라운 것은 이 기관은 전시업종에 따라 각각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전시기간 중엔 도시 전체가 박람회를 돕는다.
전시회 입장권을 갖고 있으면 뒤셀도르프 지역에선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무료로 탈 수 있다.
지자체가 적극 지원
매년 3월이면 독일 중북부에 있는 인구 50만명의 도시 하노버는 전세계인들이 밀려와 북적댄다.
세계 2대 정보통신(IT) 박람회인 세빗을 보기 위해 80만명의 관람객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하노버 인구 50만명은 세빗 하나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쾰른도 이에 질세라 다양한 박람회를 연다.
이곳에서 열리는 광학전시회(Photokina)는 전세계 디지털영상기기 업체들이 모여 경연을 벌인다.
브레멘과 함부르크도 마찬가지다.
이들 지역은 한때 철강공업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철강공업이 가라앉으면서 컨벤션산업을 의도적으로 육성한 것이다.
이 컨벤션산업 육성엔 지방자치단체들이 앞장 섰다.
이 덕분에 독일에서는 크고 작은 박람회가 연간 9백10개 정도 열린다.
이를 통해 연간 9백억달러를 벌어들인다고 한다.
이에 영향을 받아 일본의 마쿠하리 박람회장과 도쿄빅사이트 등도 지자체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아시아국가도 컨벤션 유치 붐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 등도 컨벤션산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홍콩 피혁제품 전시회, 호치민 섬유제품 전시회, 콸라룸푸르 기계전, 싱가포르 전자전 등은 이미 자리를 잡았다.
요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주춤하지만 중국도 컨벤션 신흥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 등에서 연간 1천개 이상의 국제박람회를 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를 부가하라
미국의 컨벤션산업은 기존의 박람회 방식을 탈피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시작된 이 비즈니스 모델은 박람회와 함께 엔터테인먼트를 누리도록 한 것이다.
실제 컨벤션산업은 크게 세가지로 구분됐었다.
△전시회 △국제회의 △박람회(전시회+국제회의) 등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 세가지에 엔터테인먼트를 부가한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에 이어 플로리다에 있는 올랜도가 새로운 컨벤션산업 지역으로 떠 오른 것도 박람회에 엔터테인먼트를 부가했기 때문이다.
올랜도는 당초 디즈니월드에서 엔터테인먼트 도시로 조성한 곳이다.
미국은 이 곳에 박람회장을 만들어 세계 기업인들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이 박람회장 주변엔 1백개에 이르는 골프장이 있다.
유니버셜스튜디오 등 각양각색의 엔터테인먼트 시설도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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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벤션 비즈니스 10대 성공조건 >
1. 단일 업종을 선택하라
2. 고객이 누구인지 명확히 하라
3. 3년전에 디데이 카운트 시작하라
4. 절대 1회용 행사 하지 마라
5. 개최 1년전에 고객을 찾아나서라
6. 지방자치단체 후원 받아라
7. 해당분야 컨벤션기획전문가(PCO) 양성하라
8. 엔터테인먼트 명소를 만들어라
9. 업종별 전문 미디어를 활용하라
10. 종료후 애프터서비스가 가장 중요하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