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는 한국은 물론 전세계 발레팬들로부터 끊임 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클래식 발레의 대명사다. 낮에는 마법에 걸려 백조로 변하는 오데트 공주와 그녀를 구하려는 지그프리트 왕자,또 이들을 지배하려는 천재적인 악마의 싸움을 기둥 줄거리로 삼는 이 작품은 그동안 수많은 안무가들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제작돼 왔다. 우아하고 청초한 백조 오데트와 요염하고 도발적인 흑조 오딜 역을 한 발레리나가 연기한다는 것도 눈길을 끌지만 무엇보다 신비로운 호숫가에서 펼치는 24마리 백조들의 환상적인 춤이 단연 압권이다. 예술의전당과 국립발레단은 5월3일부터 8일까지 '백조의 호수'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공연한다. 이번 작품의 안무는 세계 발레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맡았다. 비극과 해피엔딩이라는 두 가지 결말 중 이번 공연에서는 관객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해피엔딩을 선택했다. 그리가로비치는 이를 위해 차이코프스키 음악의 빠르고 경쾌한 풍을 살리는 방향으로 악보를 전면 재편집하는 열성을 보였다. 그는 특히 기존 '백조의 호수'에서 단순한 악마에 불과했던 로트바르트를 지그프리트 왕자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천재적인 존재로 묘사해 동화로만 알려진 '백조의 호수'를 심리묘사에 충실한 낭만소설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1963년 37세의 젊은 나이로 볼쇼이발레단(1776년 창단)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그리가로비치는 95년까지 33년 동안 볼쇼이 발레단을 이끌며 그때까지 키로프 마린스키 발레단의 그늘에 가려 있던 볼쇼이를 러시아는 물론 세계최고의 발레단으로 키워 냈다. '발레 하면 볼쇼이'라는 등식을 만들어 낸 것도 그의 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이번 '백조의 호수'에는 한국 최고의 발레 스타인 이원국과 김주원 장운규 이원철 윤혜진 등이 총출동한다. 여기에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마리아나 리시키나가 합류해 공연의 중량감을 높인다. 발군의 테크닉을 자랑하는 그녀는 백조의 섬세함과 흑조의 화려함을 동시에 소화해 내는 데 최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최승 연세대 교수가 지휘를 맡았으며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협연한다. (02)580-1131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