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내 이슬람 최대 종파인 시아파가 중동지역 분쟁의 새로운 불씨로 등장했다. 시아파가 이라크전 후 권력장악을 위한 활발한 행보에 나서자 시아파정권인 이란은 이를 적극 지지하고 있는 반면 수니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주변 국가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 "중동국가들은 시아파가 전후 이라크의 중추세력으로 부상할 경우 이란식 신정(神政)정치를 부활시켜,자국 내 시아파를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전세계 10억명의 이슬람 신도 가운데 대부분은 수니파다. 그러나 이라크에서는 2천4백만명 이슬람 신도 중 시아파가 60% 이상을 차지,다수 세력을 이루고 있다. 이라크 내 시아파들은 수니파 정권인 사담 후세인 체제 하에서 온갖 박해를 받아 체제전복을 꿈꿔 왔으며 전후 권력공백 상태를 이용해 반미(反美)를 외치며 세력확장에 나서고 있다. 시아파들은 구호기관을 만들어 행정공백을 메우는 한편 지방위원회를 조직해 주요 시설에 민병대를 파견하는 등 치안까지 맡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당장 위협을 느끼는 국가는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사우디아라비아다. 전체 인구 1천9백만명 중 시아파 비율은 10∼15%에 불과하지만 사우디정부는 그동안 시아파의 공무원직 진출금지 등 적극적인 차별조치를 시행해 왔다. 만약 이라크에 시아파 정권이 들어서면 자국 내 시아파들의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것이 확실시돼 대응책을 준비 중이다. 이집트는 시아파 억제를 위해 이라크 정치개혁의 속도를 늦출 것을 미국측에 요구했다. 이집트 정치평론가인 게하드 아우다는 "미국의 구상대로 국민투표로 지도부를 구성할 경우 다수파인 시아파가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며 "이집트정부는 주변국들과 함께 시아파 억제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도 이라크 차기정권에서 시아파가 득세하고 있는 이란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이란의 정보요원들이 이라크 남부로 침투해 시아파 성직자들을 부추기고 있다"며 "미국은 이라크의 새 정부 수립 과정에서 외부세력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이란에 분명히 알렸다"고 강조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