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인해 대(對)중국 수출이 얼마나 타격을 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통계자료를 얻고 싶은데요." "그런 통계는 뽑아 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24일 사스가 한·중간 교역 및 투자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보려던 기자에게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수출실적은 관세청에서 수치를 넘겨줘야 하는데 사스와 관련해 중국 실적 동향을 받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때마침 외교통상부가 한·중간 교역·투자현황이 담긴 보도자료를 냈다. 뭔가 도움을 얻을 수 있겠다 싶어서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의 교역은 99년 이후 연평균 30%이상씩 늘고 있어요. 사스 피해요? 글쎄요. 통계를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요"라며 관세청에 알아보라고 말했다. 관세청으로 전화를 돌렸다. 관세청 관계자는 "수출 실적은 매달 국가별 총액을 합산해 확정치만 발표합니다. 중국 수출실적은 따로 파악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스 피해가 뭐 심각하겠어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한 달 정도는 지나야 사스로 인한 특이사항이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라크 전쟁 때는 상황실을 차리고 중동국가에 대한 수출입 실적을 매일 보고했다"며 "사스로 인한 수출 피해 집계에 정부가 사실상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중국이나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한국에는 아직 사스 환자가 공식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지만,기업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적잖은 피해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는 중국 등의 사스 피해만으로도 30억달러 안팎의 수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지난 23일 무역진흥확대회의를 열고 수출업체가 자금 압박 없이 수출을 할 수 있도록 무역금융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돈만 많이 빌려준다고 수출이 잘되는 것은 아닐 게다. 최악의 경우 기업들이 조기에 대 중국 수출전략을 다시 짜는 데 도움이 될 기초 통계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한 정부의 사스 대응책이 실망스럽기만 하다. 홍성원 경제부 정책팀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