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세계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23일 사스로 인해 올 세계무역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한데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사스의 경제적 피해가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 국한됐던 사스효과가 북미지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 사스공포가 금융시장 불안으로 =WTO는 이날 발표한 '2002 세계무역동향'에서 "지난해 세계 교역량은 전년도에 비해 증가했으나 아시아지역에서 확산되는 사스로 인해 올해에는 3% 미만의 증가세를 보이는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 3월 예상치인 5%보다 하향조정된 수치다. 실제로 멕시코의 경우 의류업계 관계자들이 사스감염을 막기 위해 아시아산 의류수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 사스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홍콩 대만 등 사스피해가 집중된 나라들의 경우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만의 TWSE지수는 24일 9개월만의 최대 하락폭인 4% 가까이 급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이날 전일대비 1.22% 하락, 지난 98년 10월 이후 최저치인 8,400선까지 떨어졌다. 사스피해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다. FRB가 이날 발표한 경제동향보고서인 '베이지북'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와 댈러스 등 일부 지역의 관광산업은 사스로 인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스 피해가 미 기업의 감원으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이 초래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 범정부 차원 긴급 경기대책 잇따라 발표 =중국 홍콩 캐나다 등을 중심으로 각국 정부들은 긴급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비상대책기구를 설치하고 재정지원을 확대하는게 그 골자다. 중국은 이날 사스통제 지휘본부를 발족시킨 뒤 사스환자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우이(吳儀) 부총리가 본부장을 맡았으며, 빈곤층의 사스치료를 지원하기 위해 20억위안(2억4천3백만달러) 규모의 사스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홍콩은 15억달러(1백18억 홍콩달러) 규모의 긴급 경기대책을 발표했다. 호텔.레스토랑 등 관광관련 업체를 중심으로 점포 임대료를 30~50% 인하해 주고 전기.수도료를 면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또 봉급생활자의 소득세 환급과 2만1천개의 임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수요진작책도 포함됐다. 우종근.김동윤 기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