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밤 12시 베이징 차오양구 위양호텔 앞.택시를 잡는 데 상당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거리에는 택시도 행인도 이미 사라졌기 때문이다. 택시기사는 "손님이 줄어 일부 동료들은 아예 출근도 안했다"고 전했다. 다음날 오전 7시30분 택시 기사는 "평소보다 첫 손님을 1시간 늦게 받았다"고 말했다. 베이징은 사스 공포가 엄습하면서 시민들이 외부 출입을 극히 자제,이처럼 황량한 도시로 변모했다. 까르푸 화롄편의점 등에서는 쌀 라면 냉동만두 등 생필품에 대한 사재기가 일어나고 있지만 궈메이 하이롱다샤 등 양판점과 IT전문점 등에서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채소류는 2배 가까이 가격이 폭등했으나,TV 에어컨 등 가전제품은 가격을 내려도 팔리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5월말까지 중관춘 PC상가에서 로드쇼와 같은 판촉활동을 일제히 금지하면서 지난 1분기 9.9%의 고성장에 크게 기여했던 소비를 급속도로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학교만 임시 방학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자체적으로 장기휴가를 실시하는 기업들도 늘고있다. 임업출판사의 임직원 1백80여명은 24일부터 2주간 휴가에 들어갔다. 모토로라는 중국 신식산업부가 제시한 출퇴근 자율조정 조치를 수용,팀원중 1명씩을 교대로 쉬게 하고 있다. 중국은행 등 금융계에서도 지방출장을 다녀온 직원은 3주 휴식 후 출근하는 제도를 시행중이다. 특히 베이징시 정부가 사스 감염자와 사스 의심환자는 물론 이들이 발견된 공장 호텔 레스토랑 사무실 마을 학교 병원 등을 격리키로 결정하면서 경제활동은 자칫 올스톱될 위기에 처했다. 이미 음식점과 가라오케 등 요식업종 가운데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업문제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여행업체인 굿모닝차이나의 이은숙 대표는 "일부 중국여행사는 일이 없어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봉쇄령에다 계엄령 루머까지 떠돌면서 시민들의 심리적 공황상태는 더욱 악화되는 상황이다. 베이징기차역은 물론 수도공항에는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중국인과 외국인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산 의료기기를 수입판매하는 한 기업인은 "위생당국 소식통으로부터 내주부터는 베이징이 통제불능상태에 빠져들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며 "일단 귀국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황사 대신 찾아온 불청객 사스가 중국경제를 때아닌 동면기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