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戰後 시라크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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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이라크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9일 누군가가 프랑스 에타폴 묘지에 있는 기념비에 "너희들의 송장을 꺼내라,우리 땅을 오염시킨다"는 반전 구호를 붉은색 스프레이로 적어 파문이 일었다.
에타플 묘지에는 1차세계대전 때 프랑스를 침공한 독일군과 싸우다 전사한 영국군 1만여명이 묻혀 있는 성지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즉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게 사과편지를 띄웠다.
시라크 대통령은 "우리를 도우러 왔던 영국병사들의 엄청난 희생과 용기 덕분에 프랑스는 자유를 되찾았다"며 "비열한 묘지 모독사건은 모든 프랑스인들로 부터 지탄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시라크의 이러한 행동은 영국에 사과하는 의미도 있었지만 미국과 영국의 동맹에 대한 화해의 손짓이기도 했다.
이라크전이 미.영 연합군의 일방적 승리으로 끝날 것이 예측됐기 때문이다.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도 최근 "우리의 캠프는 민주주의의 캠프"라며 "프랑스 외교정책의 목표는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데 있다"고 밝혀,화해의 속내를 드러냈다.
프랑스의 동맹이었던 독일 게하르트 슈뢰더 총리도 태도를 바꾸고있다.
슈뢰더 총리는 "우리는 이라크에서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이라크인들은 가능한 빨리 잃어버린 자유와 평화를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독일이 비록 연합군의 편에 서지는 않았지만 이라크인들이 자유로워 지길 바란다는 뜻으로 미국에 대한 유화제스처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시라크나 슈뢰더 모두 경륜이 있는 정치지도자들이기 때문에 국제정세의 상황을 빠르게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에서 얻지 못한 이권을 전후 이라크 재건사업에서 얻어내려 하고있다.
현재의 형국은 이라크 재건사업을 둘러싸고 프랑스 등 반전국가들과 미.영이 대립하는 또 다른 전쟁의 양상이다.
프랑스는 이라크의 재건 사업에서 미.영이 하루빨리 손을 떼고 유엔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1991년 걸프전 이후 이라크 제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라크에 대한 전면제재가 아닌 "석유-식량프로그램"을 부과함으로써 사담 후세인의 정권을 유지케 했다.
미국은 결과적으로 후세인 제거 전쟁까지 이르게한 프랑스에 대한 적개심이 널리 퍼져있다.
특히 미국내 일부 의원들은 이라크 재건사업 수주업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등 전쟁 반대국가들의 참여를 배제시키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프랑스 러시아 뿐아니라 오랫동안 미국의 맹방역할을 했던 멕시코와 칠레도 포함된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보좌관도 얼마전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회의에서 "이라크 전쟁에서 피를 흘리지않은 나라가 재건사업에 참여하지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프랑스 등 반전국가들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영국 정부도 표면적으로는 이라크 재건사업에서 유엔이 핵심역할을 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전후처리 입장에 편승,국가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숨은 전략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전후 처리 이권을 독식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일환으로 미국은 유엔에서 통제하고 있는 "이라크 석유-식량 교환프로"를 없애고 친미정권인 새 이라크 정부에 석유생산과 판매권을 되돌려 줄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라크 전쟁은 마무됐지만 강대국들간의 세력다툼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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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Chirac has Postwar Nerve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