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 30만건 '재판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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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는 판결을 내릴 때 연 25%의 연체 이자를 부과토록 한 '소송촉진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인 민사소송 가운데 30만건에 달하는 금전청구 사건의 소송 당사자들이 필요없는 항소가 불가피해지는 등 '재판대란'이 우려된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효종 재판관)는 24일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이 '민사소송 등에서 판결시 적용되는 연체 이율이 지나치게 고율'이라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조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소송 지연을 막고 분쟁 처리를 촉진하기 위해 높은 이자율을 적용한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율'로만 규정돼 있어 위임의 범위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하도록 한 헌법 75조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또 "연 25%는 은행의 일반적인 연체 금리보다도 높아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각급 법원에서 진행 중인 민사사건의 처리가 전면 지연돼 '재판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우선 법원에 계류 중인 30만건의 금전청구 사건 재판이 차질을 빚게 된다.
특히 2심과 3심인 대법원에 각각 계류 중인 1만4천여건과 1천3백44건의 금전청구 사건은 '연 25%의 지연이자율' 관련조항 폐지로 전부 직권파기될 처지에 놓였다.
소액사건을 재판없이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도입된 이행권고결정도 어렵게 됐다.
원고의 청구를 전부 받아들여야 가능한 제도여서 원고측이 지연 이자율을 민.상법 등에서 정한 5∼6%로 내리지 않는 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매달 11만건에 달하는 지급명령 사건도 문제다.
현재 대부분의 지급명령신청서가 소촉법상의 25%를 적용하고 있어 연 5∼6%의 법정이자율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선 일부 각하가 불가피해 약정 연체 손해금 이자율 적용을 주장하는 원고측의 이의 제기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재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며 "하지만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은 개정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민사재판의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