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한창이라 온갖 꽃이 만발했다. 마치 봄은 꽃을 위해 있는 듯하다. 철따라 꽃이 피건만 따스한 봄기운을 받으며 만개한 봄꽃은 유난히 아름답고 애착이 간다. 언 땅밑에서 오랫동안 움츠러들었던 생명이 다시 소생하면서 '살아있다'는 의미를 깨우쳐주고 있어 더욱 그런 것 같다. 이 뿐만이 아니다. 봄꽃은 번잡한 일상에서의 여유와 낭만을 준다. 조선조 후기의 평민 잡가(雜歌)인 유산가(遊山歌)는 다음과 같이 봄을 노래하고 있다. "봄이 오자 성안에 꽃이 만발하여 화려하고,따뜻한 봄날에 만물은 바야흐로 한창 기를 펴고 자라난다. 때가 좋구나. 친구들아 산천경치를 구경가세"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는 "꽃을 보려하고 봄오기를 바랬더니/새우는 찬바람 끝에 겨우 피려 하던 꽃이/덧없이 퍼붓는 비에 그저 지고 말아라"라고 봄꽃을 기다리는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화창한 봄날엔 역시 꽃놀이가 제격이다. 꽃바람 꽃향기 속에서 마음까지 꽃물이 드는게 봄꽃놀이라고 하는데 때마침 고양과 안면도에서 대규모 꽃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고양의 '세계 꽃 박람회'장에는 38개국의 화훼업체들이 내놓은 무려 1억 송이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제일 크다고 하는 라플레시아꽃과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Baobab)나무 등 희귀식물 1백20여종도 눈요깃거리라고 한다. 4백여점의 우리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안면도 꽃축제 역시 사방이 온통 꽃천지여서 환상적인 기분을 자아낸다고 모두가 입을 모은다. 꽃밭을 거닐면서 많은 사람들은 그 꽃들의 개성도 생각한다. 이른바 '꽃말'이라고 하는 것인데 누가 붙였는지는 모르지만 꽃 한송이마다 우수 순결 청초 기다림 고요 등의 그럴싸한 뜻을 품고 있다. 속절없이 피고지는 꽃이건만 이래서 더욱 애정이 느껴지는 것 같다. 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꽃은 또 사랑과 평화,인정과 꿈을 은연중에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사스다 북핵이다 해서 우리 마음이 어수선한데 꽃동산에서 다소나마 위안을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