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보유 시인' 파문] 인텔등 투자유치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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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 보유를 사실상 시인하고 금강산관광 중단 및 외국인 입국 금지를 선언함에 따라 한국 경제는 가장 험준한 고개와 맞닥뜨리게 됐다.
국제사회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소'로 지목해온 북한 핵 문제가 전면에 부상한 만큼 그 충격파는 예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1백억달러 규모의 인텔 반도체 공장 등 대규모 투자유치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이같은 대형 변수가 터지자 정부와 기업들은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 핵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주체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한당국은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고 남북경협의 상징적 사업인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대규모 투자유치에 찬물
당장 미국 인텔 반도체공장 투자 유치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재계는 인텔의 아시아지역 반도체공장 설립 프로젝트를 한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북핵이라는 돌출변수로 아시아 지역내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경기도 파주에 1백억달러를 들여 건립키로 한 LG필립스LCD 공장 건립계획도 상황 전개추이에 따라 영향권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LG 관계자는 "필립스 측은 노사관계 불안 등을 이유로 당초 파주를 공장 후보지로 결정하는 데 난색을 보였었다"며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필립스에 북핵 문제는 매우 큰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무디스나 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높아져 북핵 사태가 실마리를 풀지 못할 경우 한국 경제의 타격은 예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사업 올스톱되나
북한 당국이 현대아산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한 채 육로관광에 이어 기존 해로관광까지 중단키로 한 것은 '사스 확산'이라는 표면적 이유 외에 우리 정부를 겨냥한 고도의 심리전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 당국은 현대아산에 보낸 공문을 통해 '외래자들의 공화국 전 영역에 걸친 래왕을 일체 허락하지 않고 5월초 예정되었던 정주영체육관 개관 행사도 미루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남측과의 모든 교류를 중단하겠다는 메시지인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는 물론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다른 기업들의 대북사업도 상당 기간 중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K 역시 SK텔레콤이 추진하던 북한 조선정보기술산업총회사와의 정보기술 합작법인 설립 등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가 IR도 차질
오는 5월 노무현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재계 총수들이 중심이 된 경제사절단이 해외 기업인과 투자자들을 만나 국가 IR에 나설 계획이지만 북핵 악재로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경제사절단 구성엔 이건희 삼성 회장,구본무 LG 회장,손길승 SK 회장,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모두 포함되는 등 그 어느 때보다도 내실 있는 IR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게 사실.하지만 '안보'와 '경제'라는 두가지 축의 IR 전략은 북핵 파문으로 재정비가 불가피하게 됐다.
민간 차원의 경제외교 역시 지정학적 불안이 걷히지 않은 상황에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