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드나드는 공항과 항구가 흡사 전장(戰場)같다. 마스크를 쓴 검역원들이 잔뜩 겁먹은 여행객들을 일일이 조사하는 모습이 긴박감을 더해 준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원인균과 치료제가 아직 나오지 않은 점이 공포를 배가시킨다. 모든 게 의문점 투성이다. 시장참가자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상황이다. 코 앞에서 보는 주식시장은 대개 갈 지(之)자 모습을 보이지만 멀리 보면 추세가 존재한다. 그러나 사스는 방향성 자체를 흐리게 하고 있다. 이도 저도 아닌 회색지대에서 살아남는 길은 그 자리에 정지한 후 큼지막한 지형지물을 찾아 그 곳에 의존하는 것이다. 사스 때문에 '북핵'이 작아보인다는 얘기가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