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정상화를 위한 손실분담 방안을 놓고 채권단과 SK그룹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자칫 SK글로벌 정상화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SK는 특히 "SK글로벌의 실사결과 부실 규모가 확정돼야 그룹 차원의 지원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채권단은 "2차 자구안의 성격을 담은 경영계획서를 이번 주말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양측의 견해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출자부터'…'주주이익 배치' 채권단은 우선 7천억원 이상의 자본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은 "실사 결과가 나오기 이전이라도 SK글로벌의 자본잠식액 2천1백28억원과 외부감사 과정에서 추가로 밝혀진 부실 4천8백억원 등은 계열사 출자 등을 통해 우선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채권단은 이와 함께 SK㈜가 SK글로벌에 대해 갖고 있는 1조5천억원의 매출채권 등 계열사들의 상거래채권도 '충분한 규모'로 출자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K그룹은 그러나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한다. 신규 자금 투입은 SK㈜ 등 계열사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계열사 상거래채권 출자전환에 대해서는 '실사 결과 필요하다면 채권단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영업상의 지원에 주력할 터' SK는 SK글로벌 정상화를 위해 계열사들의 영업상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정만원 SK글로벌 정상화추진본부장은 "에너지판매와 정보통신 부문에서 추가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SK㈜와 SK텔레콤 등의 '매출 몰아주기'를 통해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SK는 모든 계열사들이 SK글로벌의 전용회선망을 이용토록 해 수익력을 높여주고 SK텔레콤 주식 등 비수익 자산을 매입해주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SK가 계열사간 사업재편을 통해 SK글로벌의 연간 현금흐름 창출능력(영업이익)을 2천억원에서 4천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은 제안이 현실성이 있는지 아니면 더 많은 지원이 있어야 정상화가 가능한지를 구체적으로 따져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SK는 의혹부터 해명해야' 채권단은 SK글로벌이 해외에 파킹한 SK㈜ 주식의 자금이동 출처와 현재 상태,부분자본잠식 상태인 SK해운이 제공했던 29장의 어음 등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또 SK㈜가 SK글로벌과 맺은 주유소 매매계약도 원상회복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SK는 그러나 "과거 누적부실을 모두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K는 또 "일부 채권단이 그룹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워커힐이나 SK생명 등의 매각설을 흘리고 있어 영업에 타격을 받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정태웅·김인식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