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盧대통령 전화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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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베이징시 청사 회의실.
류치(劉淇) 베이징시 당서기와 왕치산(王岐山) 시장 대행 등 베이징 시 지도부가 들어섰다. 사스와의 전쟁에 동참하려는 기업들의 기부행사가 시작된 것이다.
중국 최대 컴퓨터업체 롄상의 류촨즈(柳傳志) 총재(회장), 중국건설은행의 장언자오(張恩照) 행장 등 내로라 하는 10여명의 중국 기업인과 금융인들이 참석했다.
그들 중 한국기업인이 눈에 띄었다. 베이징 현대자동차의 노재만 총경리가 자리를 함께 한 것이다. 행사장 밖에는 쏘나타 신차 10대가 사스와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노 총경리는 류 서기와 사진을 찍고 신화통신 기자의 질문 공세를 받는 등 유일한 외국기업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 한국기업인이 참석한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사스확산 탓에 중국은 국제 사회에서 고립될 위기에 놓였다.
세계가 등을 돌리고 있는 지금 중국은 '진정한 펑유(朋友·친구)'를 찾고 있다.
지난 주말 베이징을 찾은 장 피에르 라파랭 프랑스 총리에 대해 중국 지도부와 언론들이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회담장에서 "중국 인민들이 사스와 싸우고 있는 특별한 시기에 오셨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10년째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여행사 대표 이모씨는 "톈안먼 사태 때 다른 외국기업과는 달리 남아있던 일본 마쓰시타에 중국 정부가 운명을 같이 할 기업이라며 특혜에 가까운 지원을 해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어려움을 내 것으로 이해해야 중국과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며 "사스퇴치를 위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정부의 지도자들은 어떤가. 북핵과 같은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를 빼고는 중국 방문을 일체 중단하고 있다.
베이징시와 자매결연 10주년인 올해 서울시장의 베이징시 방문은 취소됐다. 신화통신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 후진타오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사스확산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과 협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지도자들도 지금 전화를 할 때인 것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