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choi@stepi.re.kr 지난 4월 10일과 11일 '전미과학자총회(AAAS)'가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다. 매년 개최되는 이 회의에서는 차년도 연구개발예산과 정부정책간 연관성을 정책당국자가 발표하고, 이어 과학기술정책을 주요 이슈별로 산학연 전문가들이 발표하고 토론했다. 이번 회의에서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의 마버거 실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부시 정부가 과학기술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국가안보 및 경제 활성화보다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 미국내 외국인 과학자와 유학생들이 과학의 진보와 경제발전은 물론 미국의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므로, 이를 비자발급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총회에서는 미국의 2004년 연구개발예산도 발표됐다. 핵심은 9.11 테러 후 '국토안보부'의 설치, 사스와 같은 질병,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등에 대한 관심의 증대와 인식의 공유였다. 미국의 특성을 반영하듯 연구개발예산의 55%가 국방에 할당되었으며, 사스를 계기로 의료보건과 바이오 분야에서 '실험실에서 의료현장으로'라는 기치를 내 건 사실도 매우 흥미롭다. 나노와 정보기술에도 우선순위가 꽤 높이 매겨졌다. 또 미국 역시 연구개발성과의 실용화를 강조하고 있음은 의미있게 되새기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미국의 GDP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율이 일본, 스위스, 한국과 거의 유사하다고 언급하고 있어 우리가 긴장감을 낮추어서는 안됨을 시사하고 있다. 연구개발 우선순위 및 예산책정과 관련된 이 같은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아직 없어 아쉽다. 물론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예산을 사전조정하는 절차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과학기술분야에서 대규모 재난, 환경오염, 전국규모 질병, 고령사회 등 우리가 안고 있는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핵심기술을 확보해야 하는가에 대한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그 목표달성에 필요한 기술지도를 마련하는 폭넓은 모임은 드물다. 내년부터 연구개발예산 당국자와 과학기술현장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분야별 정책이슈나 미래전망 등을 논의하는 전국규모의 모임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