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대학나무'로 불리는 감귤나무를 갈아엎고 그 자리에 동백나무를 심자 주변에선 그를 '바보'라고 수군덕거렸다. 자녀들의 학비를 마련하는 주요 수입원인 감귤나무를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눈물처럼 뚝뚝 떨어지는 동백'을 너무나 좋아했던 제주도 서귀포의 사업가 양언보 대표(62)는 1980년대 초부터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동백을 심고 또 심었다. 중국까지 달려가 동백나무 씨앗을 슬쩍 주머니에 넣어 오기도 했다. 양 대표는 기존 사업에서 번 돈을 모두 나무 심는 데 투자했다. 그러다보니 5만여평 규모의 수목원이 조성됐다. 수목원에는 1백30여종의 동백나무가 자태를 뽐낸다. 동백나무가 수목원의 대표 수종이기 때문에 수목원 이름도 동백언덕이란 의미의 '카멜리아힐'이다. 그렇다고 카멜리아힐에는 동백나무만 있는 게 아니다. 제주도의 국화라는 털머위,선비 이미지를 풍기는 녹나무,향이 천리까지 퍼진다는 천리향,봄을 알리는 벚나무 등 카멜리아힐에선 1년 내내 꽃을 볼 수 있다. "카멜리아힐을 제주도의 명소로 만들겠다"는 게 양 대표의 꿈이다. 그리고 온갖 나무와 꽃을 편안히 즐길 수 있도록 그는 카멜리아힐 안에 펜션을 지었다. 못 하나 사용하지 않은 제주도 토속초가집과 목조주택이다. 이 펜션에서는 바다는 물론 한라산 마라도 산방산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카멜리아힐에선 양 대표가 가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양 대표가 왜 대학나무를 베어내고 자연을 그토록 공들여 가꿨는지를 알게 된다. 20여년의 투자 끝에 감귤밭의 가치를 수십배 올렸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평가다. 자연도 부가가치 높은 투자대상임을 실감하게 된다.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