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유비쿼터스 투자 신중히..洪性秀 <서울대 교수·전기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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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작과 함께 우리의 삶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 겨우 90년대 중반이다.
그 후 컴퓨터 가전 통신 기술들이 급격히 융합되어 이제는 이동전화나 무선 랜을 이용하여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무선 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이 이런 정보기술(IT)의 진보에 익숙해지기도 전에,다른 한편에서는 미래의 새로운 기술로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이야기하고 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고 편리하게,언제 어디서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1988년에 미국의 마크 와이저에 의해 제창되었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란 영어 단어 자체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듯이,반도체 칩 형태의 초소형 컴퓨터를 우리가 생활하는 환경과 우리가 대하는 사물에 내장하는 것을 그 기본으로 한다.
이 초소형 컴퓨터들은 단거리 무선 통신기술로 상호 연결되어,이들이 형성한 공간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자동적으로 인식하며,이를 통해 최상의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가 쉽게 예견할 수 있듯이 이 기술이 확산되면 현재의 IT 문제가 해소되고 우리 삶의 편리성도 증대될 것이다.
한 예로,현재 정보화 정도의 불균형에 따라 나타나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의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사물에 내장해 보이지 않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정보화 교육에서 소외된 취약 계층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또 이런 기술은 사회 시스템을 매우 효율적인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미래에는 버려지는 쓰레기에까지 컴퓨터를 내장하여 손쉽게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많은 정보사회학자들이 우려하듯이,유비쿼터스 컴퓨팅이 초래하게 될 역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대표적인 문제가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보안의 문제다.
개인의 위치와 행위가 모두 컴퓨터에 의해 파악되며,경제행위가 더욱 컴퓨터에 의존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IT의 필연적인 진화방향이라는 견해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인터넷의 확산을 예측하여 이를 국가 경제의 견인차로 활용했던 우리 나라에서는 최근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새로운 IT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그 추진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중요한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유비쿼터스 컴퓨팅이 가지고 있는 미래지향적 의미가 초래하는 선동성의 문제다.
최근 일부의 사람들은 상업적 목적으로,다른 일부는 정책적 주도권을 위해 유비쿼터스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선진국에서는 이미 15년 전부터 기초기술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진행해 왔고,이를 토대로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진행시키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작년부터 피상적이고 전시적인 정책과 개발이 주장되고 있어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둘째,유비쿼터스 컴퓨팅이 받고 있는 지나친 기대의 문제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보편화되어 구체적인 산업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대다수 소비자가 이를 절실히 필요로 해야 하는데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기술적 문제와 함께 사회 문화 산업적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때까지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공급자 중심적인 기술로 존재하게 될 것이며,과도하게 초기투자한 기업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에 큰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기술적 측면,산업적 측면,사회적 측면에서 우리에게 엄청난 변혁을 초래하며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국내 상황을 고려해 볼 때,유비쿼터스 컴퓨팅의 모습이 다소 과장되거나 호도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기술의 발전 단계,사회적 수용 능력,산업의 경제성을 고려하면서 내실 있게 유비쿼터스 컴퓨팅에 투자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바람직하다.
sshong@redwood.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