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을 하고 있는데도 계속 천장만 올려다 봤다." "눈을 가늘게 뜨고 꿈쩍도 하지 않아 잠이 든 건지 깨어 있는 건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취임 2주년을 맞은 지난 26일,한 유력 신문은 관저출입 기자 4명의 '총리 관찰기'를 게재,눈길을 끌었다. 관찰기에는 실타래처럼 얽힌 파벌간 이해 속에서 낡은 정치를 물갈이하고 경제를 회생시키겠다고 다짐했던 총리의 변화가 진하게 녹아 있었다. 4명의 기자들은 저마다 쓴소리를 한마디씩 했다. 개혁의지가 무뎌지고 말에도 힘이 빠졌다거나,자신을 비판하는 보도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그러나 유독 시선을 끈 대목은 총리의 학습 의지였다. 한 기자는 관저를 드나드는 관료들의 입을 통해 총리가 공부에 흥미를 잃고 있다는 사실을 근심어린 표정으로 털어놨다. 그는 관저 관계자들의 증언을 인용,총리가 자세한 설명이나 소신에 어긋나는 이야기에는 아예 귀를 닫으려 한다고 침을 놨다. 관찰기에는 물론 오류도 있을 수 있다.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총리측이 항변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심변화에 비추어 본다면 이들 4명의 관찰기는 내용이 그다지 어긋나지 않는다. 하늘 높은 줄 몰랐던 지지율이 40%대로 추락한 것이나,1만5천엔을 넘보던 닛케이평균주가가 반토막난 것은 모두 총리를 보는 눈과 믿음이 확 바뀌었음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다른 한 신문의 조사에서 고이즈미 정권의 지난 2년간 경제 성적은 5점 만점에 평균 2.4점에 그쳤다. 반타작에도 못 미치는 낙제 점수다. 지도자의 입장에서 볼 때 경제는 재미있는 과목이 아니다. 잘해 보려 해도 뜻하지 않은 악재가 돌출해 나라 살림과 민생을 엉망으로 만들기 일쑤다. 그러나 천장만 바라보고 자신의 생각과 틀린 이야기에 얼굴을 외면하는 것은 지도자가 할 일이 더욱 아니다. 중국발 괴질이 한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지만 한국의 지도층이 고이즈미 신드롬을 경계해야 할 이유는 자명해진다. 지도자가 비판을 싫어하고 골치 아픈 공부를 싫어할수록 경제는 위기를 향해 줄달음친다는 것을 관찰기는 보여주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