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마쓰시타 등 일본 전자업체들이 LCD TV시장에서 삼성전자 LG필립스LCD 등 한국 업체의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 30인치 이상 LCD TV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샤프를 제외한 일본 업체들은 아직 대형 LCD 패널을 생산하지 못해 이를 대부분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에서 수입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30인치 이상 대형 LCD TV 판매는 올들어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28∼32인치 LCD TV가 전세계적으로 5천대밖에 팔리지 않았으나 요즘 들어선 한 회사가 한 달에 1만대 이상의 LCD TV를 생산할 정도로 판매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LCD TV의 테스트 마켓인 일본에서는 소니의 30인치와 마쓰시타의 32인치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린다. 일본내 대표적 전자상가인 아키하바라에서 56만엔 수준에 팔리는 소니의 30인치 제품에는 LG필립스LCD가 만든 패널이 장착돼 있다. 마쓰시타는 삼성전자로부터 32인치 패널을 공급받아 54만∼55만엔 수준에 판매하고 있다. 도시바 JVC NMV 등도 역시 삼성과 LG에서 패널을 공급받아 30인치 제품을 내놓고 있다. 샤프를 제외한 모든 일본업체들이 한국산 30인치대 LCD 패널을 장착하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두 회사만이 대형 유리기판을 사용하는 5세대 라인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 결국 소니와 마쓰시타가 각각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를 대신해 30인치대 LCD TV의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는 IPS와 PVA라는 다른 방식의 광시야각 기술을 사용하고 있어 업계 전문가들은 소니와 마쓰시타의 경쟁을 두 기술간의 경쟁으로 보고 있다. 시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에는 요즘 일본 업체들의 30인치 LCD패널 공급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삼성전자 조용덕 상무는 "지난달에는 소니에 5천장 정도의 패널을 공급했는데 이달에는 1만장을 요구해 왔다"며 "공급 요청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이를 충족시키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30인치 패널을 하나 공급하려면 17인치 모니터 7대를 포기해야 한다"며 "수지 면에서는 다소 불리하지만 향후 시장을 보고 30인치를 공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필립스LCD도 작년 4분기까지는 30인치 TV용 패널 공급량이 월 4천여대에 불과했으나 지난 1분기에는 월 9천여대로 확대됐다. 이번 분기에는 공급량을 월 1만2천대 규모로 늘렸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30인치 TV용 LCD 패널 시장규모는 2분기 중 월 2만2천대 수준으로 전체 TV용 LCD 시장의 6%에 달할 전망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6천9백만달러(전체의 18.2%). TV용 제품 중 가장 큰 시장 규모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