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가전메이커인 소니의 주가가 붕괴되고 있다. 지난 주말 13% 폭락,일본증시를 공황상태로 몰아넣었던 소니주가는 주 초인 28일에도 전일 대비 16%(5백엔) 하락한 2천7백20엔까지 떨어졌다. 이로써 소니주가는 지난 이틀 사이 모두 27%가 빠지면서 시가총액 중 8천9백50억엔(약 10조원)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일본 초우량기업으로 '세계의 소니'라는 애칭을 받아온 소니의 주가가 이처럼 무너지고 있는 것은 지난 24일 발표된 부진한 경영실적 때문이다. 소니는 24일 증시폐장 후 2002회계연도 마지막 분기인 지난 1~3월 중 1천1백10억엔의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예상보다 3배 이상 악화된 이 같은 실적은 다음날인 25일 소니주가를 나락으로 밀어냈다. 하지만 일본증시는 소니주가의 급락세가 이번주에는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지난 주말에 13% 떨어졌으니 이번주에는 주가가 떨어진다 해도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다. 그러나 28일 증시가 열리자 소니주가는 주말보다 더 추락,시장을 공포로 몰아 넣었다. 베어링애셋매니지먼트의 마키 조지 수석애널리스트는 "부진한 경영실적으로 주가가 이처럼 떨어지기는 일본 증시사상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소니의 주가붕괴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증시의 침체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소니의 주가폭락세는 다른 기술업체에도 파급돼 히타치 마쓰시타전기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소니와 비슷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히타치는 이날 특별한 내부악재가 없는데도 소니쇼크로 3.3%(3백80엔) 떨어졌다. 소니 충격으로 크게 흔들린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지난 주말보다 1.2%(91.62엔) 떨어진 7천6백7.88엔으로 또다시 20년 만의 최저치로 밀려났다. 소니충격은 대만과 싱가포르증시로도 확산돼 대만반도체제조사(TSMC)와 퀀타컴퓨터 등 반도체 및 컴퓨터 관련업체들의 주가를 3% 떨어뜨렸다. 도쿄의 마스다캐피털매니지먼트의 수석 투자분석가 사토 나오시는 "아시아증시가 사스와 소니충격의 더블 펀치를 맞고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며 당분간 기술업체를 중심으로 아시아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