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前대통령, 법정서 은닉재산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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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는 측근과 자식들이 대줘서 살고 있다. (가지고 있는 재산은) 다 썼으니 검찰에 확인해 보라..."
22일 오전 11시30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
국방색 정장 차림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양우 변호사와 함께 '채무자' 신분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전씨가 법정에 선 것은 지난 96년 12월 12.12 및 5.18사건과 비자금 항소심 결심 공판을 위해 출석한 이래 6년 5개월만이다.
전씨는 그동안 검찰로부터 1천9백억원 상당의 추징금 납부 압력을 받아왔으며 이날 재판은 전씨측이 제출한 재산목록에 대해 법원에서 기재 내용이 맞는지 틀리는지 판단하는 자리였다.
재판에서 신우진 판사(민사26단독)는 전씨측이 제출한 재산목록을 검토한 뒤 "예금채권이 30여만원 정도만 기재돼 있고 보유 현금은 하나도 없다고 나와 있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전씨는 "사실대로 적은 것이다. 본인 명의는 없다"고 답변했다.
신 판사는 "본인 명의가 아니라도 타인에게 명의신탁한 재산도 기재하도록 돼있는데 정말 명의신탁재산도 없는가"라고 재차 묻자 전씨는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자 신 판사는 "그러면 도대체 채무자는 무슨 돈으로 골프 치러 다니고 해외여행 다니느냐"면서 언성을 높였고 이에 전씨는 "내 나이 올해 72세다. 그동안 인연이 있는 사람도 많고 도와주는 분들도 있다. 또 자식들도 생활비를 도와준다"고 반박했다.
신 판사는 "그러면 왜 그 측근과 자식들이 추징금은 안 내주나"라며 따졌고 전씨는 "그 사람들도 겨우 생활할 정도라 추징금 낼 돈은 없다"고 응답했다.
이 과정에서 전씨측 이 변호사는 "이번 재판은 재산 목록을 심리하는 자리지 채무변제와 연관된 주변 사실에 대해 묻는 자리가 아니다"며 재판부에 항의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전씨에게 "재산은닉의 위험성과 개연성이 크다고 판단된다"면서 "유가증권 부동산 등에 대한 추가 재산목록을 보정하는 한편 배우자 직계가족 형제자매 등 친인척에 대한 재산목록도 내달 26일까지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재판이 끝난 후 전씨는 "법원의 조치가 지나치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변호사에게 답변을 들으라"며 검은 색 승용차를 타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