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태 한국 아웃백스테이크 사장(49)의 수첩에는 1주일 동안의 점심 약속이 빼곡히 적혀 있다. 맛 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면서 건강도 지키고 비즈니스도 하기 위한 것이다. 중요한 고객을 만날 때는 미리 메뉴까지 결정해놓을 정도다. 그는 새로 문을 연 식당을 찾아가 음식 맛이나 인테리어,서비스 등을 파악한다. 한식 일식 중식 패밀리레스토랑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주로 찾아가는 식당은 30여곳.한달에 같은 곳을 2회 가량 찾는다. 최근 오픈한 한 일식집에 매료돼 연거푸 5일을 들르기도 했다. "'밥장사'를 하기 때문인지 다른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주인에게 한마디 하고 올 때가 많아요. 초밥 전문점에서 콜라를 주문했는데 작은 병에 담긴 콜라를 내주더라고요. 원가 차이는 1백원에 불과한 만큼 큰병으로 주면 고객의 만족도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죠.그 뒤에 가보니 그렇게 변해 있더군요." 정 사장의 건강은 회사 안팎에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다. 미국에 출장갔다온 뒤 새벽에 귀국하더라도 곧바로 출근한다. 비행기 안에서도 잘 먹고 잘 자기 때문이다. 아웃백 매장은 현재 24개.패밀리레스토랑 업체중에서 가장 많다. 올들어 2개 점포를 새로 연데 이어 연내에 9개를 추가로 낼 예정이다. "정해진 날짜에 맞춰 매장을 새로 열 때마다 자식 하나를 얻는 느낌이 듭니다. 거의 한달에 매장을 한곳씩 내는데도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이같은 격무속에서도 정 사장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식도락.그는 호텔에서 한끼에 7만∼8만원짜리 식사를 할 때도 있지만 값싼 음식을 주로 즐긴다. 낯선 지방으로 출장가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어느 식당의 음식이 가장 맛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를 위해 인터넷이나 책을 뒤진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군침이 도는 식당이 언양 불고기집,부산 대게집,울산 묵밥집 등입니다." 정 사장은 부산에 출장을 가면 해운대 버스정류장 복개천 부근의 국밥집에서 아침을 먹는다. 값은 2천5백원이지만 맛이 빼어나기 때문이다. 그가 토요일이나 일요일 가족들과 즐겨 찾아가는 식당은 신사동 국밥집,신사동 갈치찌개집,송탄부대찌개집,청진동 해장국집,평촌 대구탕집 등이다. 정 사장은 집에서 매일 아침 6시30분 일어나자마자 신선한 주스 한잔을 마신다. 바나나와 딸기,오렌지와 귤,사과와 홍당무 등 과일이나 야채를 섞어 믹서에 간 것이다. 이어 콩 보리 검은깨 찹쌀 등의 곡물 분말에 물을 타서 한컵 들이킨다. 정 사장은 음식을 직접 만드는 것을 즐긴다. 대학에 다닐때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면서 요리를 배웠다. 지금도 스파게티 피자 등 50여종의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지난 95년9월부터 96년3월까지 미국 TGI 프라이데이 본사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을때 같이 갔던 직원들의 세끼를 손수 해결해줘 모두 체중이 늘었지요." 그는 새롭고 맛있는 음식점이 문을 열면 직원을 모두 데리고 가서 식도락을 즐긴다. "점심 값으로 50만원이상 쓸때도 있지만 식사를 기분좋게 했다면 값은 별로 문제가 안되죠.인간관계를 다지면서 건강에도 도움을 받기 때문이지요."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