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주영 이사장의 뜻에 따라 1991년 아산사회복지재단 산하 병원들이 무료진료에 처음 나서면서 실무책임자로서 체계를 구축하고 지원방식을 만들기 위해 애썼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선합니다." 제11회 중외박애상 수상자로 선정된 홍창기 서울아산병원 의료원장(66)은 "갑자기 주위에서 축하한다는 전화가 와서 당황스러웠다"며 이같이 회고했다. 홍 원장은 울산대 의대 학장과 서울아산병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후진 양성과 지역민이 필요로 하는 봉사활동을 꾸준하게 전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같은 상을 받게 됐다. 중외박애상은 대한병원협회(회장 김광태)와 중외제약(회장 이종호)이 박애정신을 바탕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의료인에게 주는 상이다. 올해 시상식은 오는 5월 2일 오후 2시 63빌딩 코스모스홀에서 개최된다. "(무료진료가)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기 어려운 이웃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일과성 행사도 되지 않도록 유의했습니다. 한번 방문했던 지역이나 기관을 지속적으로 찾아가도록 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였죠." 재단 산하 병원들은 지난 91년부터 2002년까지 저소득 주민이나 사회복지시설생활자 등 44만여명(연인원 기준)에게 1백74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무료 진료 또는 건강강좌 등의 혜택을 제공해왔다. "지역사회에서 희망하는 의료서비스를 미리 조사한뒤 적합한 의료진이 방문하도록 했습니다. 초음파기기와 심전도기,각종 임상병리기기 등이 실린 순회진료용 버스 5대가 4개 권역내에서 돌아다니도록 했지요." 신장내과 전문의인 홍 원장은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의학교육 전문가로 유명하다.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홍 원장은 지난 70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피츠버그의대 내과조교를 거쳐 75년부터 신시내티의대 교수로 재직해오다가 89년 울산대 의대 교수로 임명돼 귀국했다. 그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통합이란 새로운 교육방식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실제 의료에 접목되는 교육에 주력,의대생 스스로가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도록 유도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울산의대 첫 졸업생 30명 전원이 1994년 의사국가시험에 모두 합격하는 개가를 올리게 한 장본인이다. 지난 96년 서울아산병원이 하버드의대와 협력관계를 맺도록 한 주역이기도 하다. "그간 의학교육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 직접 환자 진료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으니까요." 진료 일선에서 물러나 의료원 책임을 맡고 있는 홍 원장의 목표는 재단 산하 8개 병원이 보다 효율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서울이나 강릉 울산병원 등과 같은 대형 의료기관은 자립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의료취약지역에 설립된 나머지 5개 병원은 홀로 서기가 어렵지요. 현재의 사회여건과 지역사회의 필요에 맞춰 재출발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