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21세기 공학포럼 : (2) 제조업 생존전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제조업 생존전략과 工大의 역할 ]
한국경제신문과 연세대 공과대학이 '스트롱 코리아' 운동의 하나로 마련한 '제2회 21세기 공학포럼'이 29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세대 이상조 교수의 '글로벌시대의 제조업 생존전략과 공과대학의 역할'이란 주제 발표에 이어 이현재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장, 임관 삼성종합기술원 회장, 홍창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장, 정순원 현대.기아자동차 사장,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 등이 토론을 벌였다.
토론자들은 국내 제조업의 인력 공동화 현상에 우려를 나타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과대학의 역할을 제시했다.
-----------------------------------------------------------------
[ 주제발표 - 이상조 < 연세대 교수 > ]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석유화학 통신기기 등의 제조업은 우리나라 주요 수출 상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같은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은 지난 25년간 축적해온 생산기술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기술은 독자적인 설계기술에 바탕을 두지 않고 선진제품의 모방 설계에 의존해 왔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일반 가공조립기술의 경우 80~90% 수준이지만 설계기술은 50~60% 수준에 불과하다.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나 효율적인 인력 수급도 여전히 미흡한 데다 생산기술의 중국 이전이 가속화되면서 국내에는 제조업 공동화 현상마저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제조업의 생존전략 마련과 산.학.연 및 정부기관 등 각계의 대응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선 제조업의 중요성에 대한 국가차원의 인식 제고가 있어야 하고 실효성 있는 국가 정책방향 및 이공계 인재 수급대책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산.학.연.관을 아울러 정기적으로 포럼 등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제조업 재도약을 위해 '제조업 초일류화 추진기구'를 구성하고 제품 설계기술 지원을 위한 '글로벌 허브(Global Hub for Industrial Clinic)'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
국내 제조업체들의 해외 네트워크를 글로벌 허브로 연결시키고 이 네트워크의 중심인 '산업 클리닉'에서 신제품 및 개발, 마케팅 등을 지원토록 하는 것이다.
공과대학은 이같은 글로벌 허브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창의적 사고와 팀워크 기법, 기존 제품의 성능 개선, 신제품의 독창적인 설계 등에 관한 교육을 통해 우수한 제품 설계능력을 갖춘 공학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 토론내용 ]
이현재 산자부 기획관리실장 =주력산업의 비교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미래의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인력을 길러내는 공과대학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양적 위주의 교육에서 질적 위주의 교육으로 변화돼야 한다.
글로벌시대에는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육체제를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도 절실한 부분이다.
지금은 공급자 입장에 있는 대학 중심으로 모든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은 많은데 정작 산업계에서 필요한 사람이 없는 것은 이같은 수요와 공급의 괴리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교육내용도 기술 위주에서 현장 중심으로 바꾸고 경영적 관점을 대폭 추가해야 한다.
기여입학제 도입, 산.학협력재단 운용 등을 통해 대학의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임관 삼성종합기술원 회장 =우리나라 제조업은 공산품 가격의 상대적 하락과 지속적인 임금상승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면한 여러 문제의 근본적인 해답을 찾아가면 결국 교육이라는 부분으로 귀착된다.
따라서 공과대학 학부교육의 문제점을 찾아내 해결하는 일이 시급하다.
주요 공과대학의 경우 교수 한 명당 학생 수가 30명이 넘는 곳이 많다.
학생 대 교수 비율을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한다.
SCI(과학논문색인) 논문에 대한 교수들의 과도한 집착 때문에 학부교육이 소외되는 것도 문제다.
대학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학부교육을 활성화하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갈수록 이러한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교육 혁신과정을 만들어 한두개 대학을 통해 집중적으로 실험해 본 후 이를 모든 대학에 확산시키는 방법을 제안한다.
홍창선 한국과학기술원 원장 =산.학 협동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다만 실천이 없었을 뿐이다.
현재 이공계가 어렵다고 하는 이면에는 산업계의 인력 수요와 동떨어진 교육이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계 수요와 괴리된 교육, 산.학 연계 부족 등으로 인해 급격한 기술 진보에 따른 인력 수요의 변화가 교육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971년 71개이던 대학 수가 2003년에는 2백여개로 증가했고 지난 20년간 학생 수는 13배나 늘었다.
이같은 양적 팽창에 맞춰 이제는 각 대학별 차별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대학을 지식창출 연구개발(R&D)형 고급 엔지니어 양성 대학, 제조업 현장투입 엔지니어 양성 대학, 산업현장에 필요한 제조업 기능인력 양성 대학 등으로 구분해 유형별로 지원정책과 평가지표를 달리 해야 한다.
정순원 현대.기아자동차 사장 =그동안은 제조업의 중요성이 간과돼온게 사실이다.
굴뚝산업 혹은 버려야 될 산업이라는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고용을 창출하는 곳은 제조업이다.
따라서 제조업은 첨단산업과 병행, 발전시켜야 한다.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등의 산업도 제조업과 연계되지 않으면 활성화되지 못한다.
특히 제품의 수명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는 지금의 시장환경에서는 전문적인 인력 양성체계를 갖추는게 필수적이다.
철저하게 수요의 방향에 따라 교육계획을 세워야 한다.
과거의 교육체계로는 급격한 기술 및 수요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 =지금 한국은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제조업을 재도약시키는 동시에 이같은 조정과정에서 발생할 인력의 질적.양적 불일치를 풀어야 하는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국내 제조업의 새로운 생존여부는 한마디로 '양극화 구조' 타파에 달려 있다.
생산기술은 앞서 있으나 설계기술이나 장비기술의 수준은 낮은게 바로 국내 제조업의 양극화 구조다.
선진국 제조업의 경우 연구개발과 서비스(물류 마케팅 디자인)가 생산을 이끌어가는 고부가형 '쌍끌이' 구조인데 반해 한국의 경우 생산이 연구개발과 서비스를 힘겹게 끌어가는 저부가형 '역 쌍끌이' 구조다.
지금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의 교육체계는 아직도 이러한 이분법에 기반해 운용되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교육이 필요한 때다.
정리=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