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시내 신훙차오(新虹橋)센터 빌딩에 최근 엘리베이터걸이 등장했다. 마스크에 장갑을 낀 그는 승객들을 대신해 층수 버튼을 눌러준다. 사스균이 승객 손을 통해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상하이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진원(10)이는 요즘 학교에 가지 못한다. 며칠 전 엄마가 베이징에 잠시 다녀왔고,이를 안 선생님이 진원이에게 사스 감염 우려가 있으니 2주일간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쉽게 발견되는 상하이 보건당국의 '사스 퇴치 작전'의 단면이다. 사스와의 전쟁이 강도를 더해가면서 상하이 주민들도 사스 공포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의 심장부 상하이는 과연 안전한가.' 사스 공포와 관련,끊임없이 제기돼온 문제다. 상하이는 가장 큰 피해지역인 광둥(廣東)성과 베이징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사스가 피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 정부가 발표하는 환자 발생 수는 며칠째 게걸음을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의 일원으로 상하이를 방문했던 후쿠다 게이지 박사는 그 이유를 설명하며 "상하이는 행운의 도시"라고 말했다. 그는 "발병 초기 단계에서는 지역에 따라 전염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상하이는 운이 좋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상하이 보건당국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상하이에서 의심 환자 1명이 발견됐는데,이로 인해 1백68명을 격리시킨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후쿠다 박사는 그러면서도 "상하이의 사스 확산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환자 수가 많지 않아 큰 문제는 없지만,환자가 급증할 경우 방역시스템에 큰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환자가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영원한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얘기다. 상하이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방역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경제 중추 도시.상하이가 베이징처럼 사스에 무너진다면 중국 경제 전체에 걷잡을 수 없는 위기가 닥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상하이가 언제까지 '행운의 도시'로 남을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