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훈 우리은행장은 최근 사스 발생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현대 SK 외에 앞으로 한계에 부닥칠 기업이 추가로 나타날 수 있다고 29일 경고했다. 이 행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현대종합상사에 대해 49%, SK글로벌은 19%, 하이닉스는 90%의 충당금을 쌓았다"면서 "하지만 최근 국내 5백대 기업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해보니 은행이 미리 손을 써야 할 기업들이 더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경기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기업들이 이상징후를 보이기 전에 은행이 미리 대출금을 상환받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행장은 "우리나라 경제는 지난 95년 이후 국민소득 1만달러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며 "이를 넘어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은행이 자본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업에 우선 배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기업이 어느 은행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발전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행장은 SK글로벌 문제와 관련, 이제는 SK그룹 전체를 수술대에 올려놓고 처리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SK그룹을 계열분리하면 문제확산을 차단할 수 있지만 채권단은 돈을 회수할 수 없게 되고 그대로 놔둘 경우 돈을 받는 대신 부실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최태원 회장에 대해 "죄값은 치르게 하되 일단 경영활동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반드시 구속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김승유 하나은행장, 김정태 국민은행장 등 주요 SK글로벌 채권은행장들이 제출한 최 회장 석방탄원서에 서명하지 않았었다. 이 행장은 "선진국 경기가 올 연말께 회복되면 우리 경제도 나아지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며 "하지만 올해는 우리은행이 그동안 노력해온 성과가 제대로 드러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