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 위축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중 도소매 판매는 9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0.2%)했다. 자동차와 자동차연료 판매가 증가(4.4%)했을 뿐 도매는 1%,소매는 0.5% 각각 감소했다. 경기를 가장 잘 반영한다는 백화점 매출은 1·4분기 중 2.5% 줄었다. 내수용 소비재 출하도 1.7% 감소했다. 이에 따라 기업 창고에 쌓인 재고는 11.4%나 늘어났다. 소비가 줄어든 원인으로는 국내경기 침체,미·이라크 전쟁의 불확실성 증폭,북핵 문제 확산 등이 꼽히지만 주가 하락으로 인한 자산 감소 효과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분간 회복 어려워 문제는 국내 경기를 에워싸고 있는 불확실성 요인들이 제거되면 민간 소비가 다시 늘어나줄 것이냐는 점이지만 전망은 역시 불투명하다. 박재하 금융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정부의 신용카드 정책이 바뀌면서 소득 범위를 벗어나 돈을 써왔던 계층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며 소비 회복 가능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신용불량자 급증 등으로 소비붐 역시 기대난이라는 것이다. 특별소비세를 없애거나 세율을 인하하는 등 그동안의 소비촉진 정책도 지금의 반사적인 소비 위축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2001년 말 특소세 인하조치 이후 자동차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2002년 1·4분기 내구재 소비는 31.1%나 증가한 것이 지금의 상대적인 위축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강호인 재정경제부 경제분석과장은 "자동차나 가전제품은 한 번 사고나면 일정기간 동안 소비가 다시 일어나지 않는 속성이 있다"며 "내구재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당분간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국제수지 감소로 소비여력 둔화 지난 3월 중 경상수지가 11억9천만달러의 적자를 낸 직접적인 원인은 유가 급등이었다. 지난해 말 배럴당 평균 26.4달러(두바이유 기준)였던 국제 유가는 지난달에는 32달러대로 치솟아 석유수입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8% 늘어났다. 수출은 전월 대비 16.3% 증가했으나 늘어나는 수입액을 쫓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도체 등 주요 수출 품목의 단가가 개선되지 않아 교역조건도 악화된 것으로 추정됐다.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 달러로 환산한 국민소득은 줄어들고 그만큼 소비 여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은의 경상흑자 전망치 10억달러 달성도 회의적인 분위기다. ◆향후 소득·고용 불안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장은 "소비자들이 향후 소득과 고용에 대한 확신이 없어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 센터장은 "자산 거품이 붕괴된 일본과 같은 소비불황이 국내에서 시작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올해 안에 소비가 회복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신규 고용을 늘리지 않는 한 소비가 늘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며,오히려 그동안 내수시장이 떠받쳐왔던 고용사정 역시 악화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