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께 정부와 한국은행의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 공조가 구체화할 전망이다. 정부가 최대 5조원의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고 한은은 콜금리 인하(0.25%포인트)로 화답한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2001년 9·11테러 때처럼 정책수단을 총동원하는 것이다. 이런 방침은 30일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박승 한은 총재의 발언에서 그대로 확인됐다. 김 부총리는 생산성본부 조찬강연에서 "현재 콜금리가 높은 수준"이라고 언급했고 박 총재는 "경제를 보는 시각이 정부와 기본적으로 같고 김 부총리와 자주 경제전반을 협의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박 총재는 특히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파장이 예상보다 커 올해 4% 성장을 장담하기 어렵고 하반기까지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L'자형 침체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 성장률 전망치를 5.7%에서 4.1%로 낮췄지만 내부적으론 최근 사스 확산으로 성장률이 0.2∼0.3%포인트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금리인하 효과에 부정적이던 박 총재가 경기인식을 1백80도로 바꾼 데 대해선 한은 내부에서도 "정부 눈치를 너무 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불과 2∼3주 전만 해도 금리인하 등 '부양책 무용론'을 펴다 스스로 혼선을 빚은 꼴이 됐다. 박 총재는 경기부양 쪽으로 돌아선 청와대의 기류에 '코드'를 맞췄다. 상당수 금통위원들도 최근 남대문시장을 둘러보고 경기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때마침 4월 소비자물가가 내림세로 돌아서 금리인하 부담을 덜어줬다. 현재 경기 상황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과잉유동성으로 부동산가격이 들먹거리는 등 부작용이 심각한데 '영양주사'(금리인하 추경편성)로 인해 또다른 후유증을 빚지 않도록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