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와 일본에서 방송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사고 파는 '프로그램 포맷'거래가 일반화됨에 따라 국내방송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방송프로그램의 주제,형식,소품,무대장치 등 아이디어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해 주게 되면 국내 방송제작자들의 관행이었던 '외국 프로그램 베끼기'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포맷거래는 일종의 '방송 리메이크 판권'으로 미국 CBS의 '서바이버',네덜란드 엔데몰사의 '빅 브라더',일본 소니의 '러시안 룰렛' 등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2∼3년 전부터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외국 방송시장에서 프로그램 관련 아이디어도 일종의 저작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검증된 포맷을 사옴으로써 어렵지 않게 시청자를 끌어모을 수 있어 보편적인 거래방식으로 정착돼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방송사들은 이같은 추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SBS가 '솔로몬의 선택'(회당 5백달러) 등의 포맷을 최근 일본 NTV로부터 사왔고 MBC는 일본 TBS로 부터 '브레인서바이버'의 포맷을 한 아이템당 7백달러를 주고 들여오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는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 포맷에 대한방송제작자들의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오락프로그램의 경우 일본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베끼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포맷 무단복제가 계속될 경우 소송이 걸리거나 국제 방송시장에서 따돌림을 당할 가능성이 많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저작권심의위원회 최경수 실장은 "프로그램 포맷 복제에 대해서는 특정한 기준이나 판례가 나와있지 않지만 주제선정,대화,의상 등에서 상당 부분에 대한 복제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복제권 침해로 민·형사상의 제재조치를 받을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BS 컨텐츠 정책실의 박재홍 차장은 "국제 프로그램 견본시장에 나가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모멸받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