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국회의원의 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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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국민정당 유시민 의원이 국회 등원 첫날 면바지에 칼라 없는 티셔츠 등 캐주얼 차림으로 나섰다 의원선서를 못한 일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국회에 정장을 하고 오는 건 최소한의 예의다' '복장은 개인의 자유문제다' '차라리 한복을 입지 그랬느냐' 등.
옷의 기능은 다양하다.
추위와 더위 비 바람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게 첫째지만 착용자의 사고방식을 드러내고 행동에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여성들의 경우 드레스를 입으면 조심스러워지고 바지를 입으면 보폭이 커진다.
제아무리 멀쩡한 신사도 예비군복만 입으면 망가진다는 말도 있다.
유 의원이 "일부러 이렇게 입었다.앞으로도 자주 평상복을 입겠다"고 한 것도 옷차림으로 자신의 개혁성향을 드러내려는 의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자유로운 복장이 열린 사고를 촉발할 수도 있다.
광고회사나 게임회사가 분방한 차림을 허용하는 것도 정장의 딱딱하고 고정된 틀 속에 갇히지 않게 하려는 배려일 것이다.
그러나 옷은 사회적 약속이자 예의의 표시이기도 하다.
결혼식장에 가면서 옷에 신경쓰는 건 하객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서다.
장례식장에 갈 때 원색 옷이나 넥타이를 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화적 다양성과 서로 다름에 대한 존중과 관용은 중요하다.
옷차림이 개인적 영역인 것도 물론이다.
그러나 모든 파격과 변화는 주위의 공감을 얻으면 유행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일탈행동에 그친다.
옷차림도 그렇다.
벤처붐 때 '창의성을 위해' 캐주얼을 허용했던 많은 조직에서 거품붕괴와 함께 정장으로 회귀한다고 하거니와,캐주얼이 고정관념을 깬다면 넥타이차림으로 대변되는 정장은 참고 한번쯤 더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
옷을 문제삼아 퇴장한 사람들도 딱하지만 국회의원으로 첫출발하면서 튀는 복장으로 물의를 일으킨 유 의원의 행동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뭔가를 바꾸고 싶다면 생각과 방향이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서서 그들을 설득하는 게 먼저다 싶기 때문이다.
'생각은 자유롭게,행동은 신중하게' 할 순 없었던 것일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