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돌보는 슈바이처'..2003년 호암상 받는 선우경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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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민자역사가 들어서 깨끗해진 영등포역.
말숙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곳에서 불과 1백여m만 벗어나면 윤락가와 무허가 쪽방이 들어선 또 다른 세상이 있다.
허름한 골목 한켠에서 15년째 요셉의원을 지키며 소외받은 환자들을 무료로 돌보고 있는 선우경식 원장(58)은 "나보다 더 고생하는 분들이 받아야할 상인데 송구스럽다"며 2003년 호암상 사회봉사부문 수상(시상식 6월 3일 호암아트홀)을 부담스러워했다.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킹스브룩 메디컬센터 전문의 과정과 한림대 교수를 지낸 그가 '가난한' 의사의 길을 택한 사연은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후배들의 요청으로 주말마다 서울 신림동 산동네를 누비며 무료진료 활동을 펼치다가 체계적인 진료를 위해 87년 신림동에 요셉의원을 열었고,97년에는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힘들고 어려울 땐 그만둘 생각도 많이 했죠.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물밀듯 밀려드는 환자들을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요셉의원을 찾는 환자는 주로 외국인 노동자와 노숙자,행려자,알코올중독자 등으로 연평균 2만여명이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어느 환자는 60번이나 입원하기도 해 선우 원장을 좌절시키기도 했다.
그래도 춥고 긴 겨울을 나고 병원에 다시 나타나면 살아준것이 고맙고 반갑다.
선우 원장은 이런 환자를 보고 7년전부터 알코올 중독자 자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폐인이 다된 사람이 새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쁠수가 없었습니다. 취직이라도 해서 바나나 한봉지 사들고 찾아오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그 맛을 알면 이 일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죠."
'외국인 근로자들의 슈바이처''노숙자들의 아버지'등의 별명을 얻은 선우 원장은 상처받은 영혼까지 달래주는 '인술(仁術)'도 베풀고 있다.
환자들에게 밥도 해 먹이고,옷도 빨아 입히고,이발과 목욕도 시켜준다.
노숙자들에게는 두툼한 솜옷과 털신발을 신겨 퇴원시킨다.
병원운영비는 후원자들의 도움이 크지만 큰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찾아 오면 선우 원장의 가슴이 탄다.
"국가가 하루빨리 예산을 지원하고,대학병원도 병상을 일부 할애해 주는 문화가 뿌리내렸으면 좋겠습니다."
나약해질까봐 편안함을 생각하지 않고 일한다는 선우 원장은 "그나마 병원도 찾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찾아가는 진료활동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