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을 위한 콜금리 인하에 대해 은행장들의 의견은 찬반 양론으로 팽팽하게 갈렸다. 그러나 재정을 조기집행하고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콜금리 인하 검토 발언과 관련,한국경제신문이 30일 주요 은행장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6명의 은행장중 3명이 찬성,3명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신상훈 신한은행장,홍석주 조흥은행장 등은 콜금리 인하가 기업투자를 촉진해 경기를 회복시킬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반대 입장에 섰다. 반면 이덕훈 우리은행장,김승유 하나은행장,이강원 외환은행장 등은 물가상승 부담이 어느 정도 덜어진 만큼 더 이상의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서라도 콜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은행장들은 이같은 의견을 최근 박승 총재와의 회동에서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오는 5월13일 열릴 예정인 금융통화위원회가 현재 4.25%인 콜금리를 내릴지 여부가 더욱 주목된다. ◆콜금리 인하 찬반 엇갈려 콜금리 인하를 반대하는 은행장들은 주로 현재의 경기침체가 높은 금리 탓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산은 유 총재는 "지금의 경기부진은 대외적 불확실성에 따른 기업투자 부진과 가계부실 증가에 기인한 것"이라며 "기업들의 현금 보유 비중이 사상 최대인데도 투자가 안되는 건 금리가 높기 때문이 아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신 행장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지금의 콜금리는 결코 높지 않다"며 "콜금리 인하가 자칫 부동산 거품으로 이어질 우려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찬성하는 은행장들은 정부의 의지 표명 차원에서도 콜금리 인하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이 행장은 "물가상승에 대한 부담이 해소됐기 때문에 경기침체 방지가 최우선 경제정책이 돼야 한다"며 "내수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콜금리 인하는 가계소비를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이 행장도 "연말 물가수준이 관건이나 이른 시일 안에 경기회복 징후가 나타나지 않으면 콜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콜금리 인하에 찬성하는 은행장들은 "내린다면 0.25%포인트 정도를 낮추는 게 적당하다"고 덧붙였다. ◆정책 불확실성 제거 시급 은행장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콜금리 인하 외에 재정 조기집행과 경제정책 불확실성 제거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균형 재정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경기를 되살리는 게 더 급하다는 의견이었다. 산은 유 총재는 "재정의 조기집행과 추가적인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통한 시장불안감 해소"를 주문했고,조흥은행 홍 행장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의구심부터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이 행장은 "재정 조기집행과 함께 법인세 특별소비세 등을 한시적으로 낮추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외환은행 이 행장은 "불확실성 제거와 과감한 규제 완화도 경기부양 수단"이라고 제시했다. ◆경기회복은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 시기와 관련,은행장들은 '빨라야 올 3·4분기 이후'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그만큼 현재의 경기침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산은 유 총재와 우리은행 이 행장은 "올 3·4분기부터라야 경기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흥은행 홍 행장은 "빨라야 올 4·4분기부터"라고 밝혔고,하나은행 김 행장은 "올 연말께"라고 점쳤다. 신한은행 신 행장은 "경기회복 시점은 내년 상반기"라고 밝혀 가장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