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북핵사태 장기화,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 등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금리인하 검토에 들어갔다. 박승 한은 총재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사스와 북핵문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뒤 예상보다 심각할 경우 금리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포함한 경기부양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라크전 종전으로 유가가 하락하는 등 일부 여건은 개선되고 있지만 국내 소비 투자 위축 속에 사스 파장이 예상외로 커 하반기에도 'L'자형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째 콜금리를 유지(연 4.25%)해온 '중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1년 만에 '부양' 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한국생산성본부가 마련한 최고경영자 포럼에서 "현재의 콜금리는 높은 편"이라며 "금융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여지가 있다"고 금리인하 필요성을 강한 톤으로 주문했다. 김 부총리는 또 "경기부양을 위해 추경예산을 짤지 여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5월 중순 미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뒤 경기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말해 조만간 추경예산 편성에 들어갈 방침임을 내비쳤다.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도 이날 PBC 라디오에 출연,"1·4분기 경제실적이 구체화되는 5월 중순 이후 추경예산 편성 등 종합적인 대응책을 강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오형규.박수진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