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가야제국의 유적과 문익점 선생이 목화씨를 처음 재배했다는 목면시배유지, 조선의 유학자 남명(南冥) 조식 선생의 사적, 성철대종사생가 등이 보존돼 있는 역사의 땅 경상남도 산청군.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1천9백15m)을 품어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이곳의 과거 지명은 '산음'이다. '어디서 들어봤더라' 생각해보니 TV드라마 '허준'이 떠오른다. '동의보감'을 지은 명의 허준 선생과 그의 스승 류의태가 머물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지금도 대규모 약초재배단지가 있는 산청의 왕산에는 물만 마셔도 암이 치유됐다는 류의태약수터가 있다. 지리산은 기름진 토양과 맑은 물을 지닌데다 일교차와 연교차가 커 예로부터 효험있는 약초가 많기로 소문났다. 지리오가피 산수유 오미자 등 1천여종의 약초가 자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같은 약초를 재배하더라도 약효가 뛰어나단다. 때문에 이 일대에서는 명의도 많이 배출됐다는게 지역 주민들의 말이다. 이같은 전통을 계승하는 '지리산한방약초축제'가 3일부터 7일까지 5일동안 열린다. '한방약초와 환경보존'을 테마로 한 이번 행사는 올해가 세번째. 축제홍보관에는 1천여가지의 각종 약초와 표본재료, 약초 술, 한방 향토음식, 야생화 등이 전시된다. 몸에 좋다는 각종 약재와 한방 건강보조식품도 시중보다 싼 값에 살 수 있다. 지리산에서 서식하는 곤충표본 1백여점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다. '사랑의 혜민서'라는 이름으로 4일부터 3일간 열리는 한방무료진료행사에서는 원광대, 경남한의사협회, 서울동인당한방병원 등에서 자원봉사로 참여한 한의사들이 의술을 펼친다. 관광객들이 자신의 체질을 사상의학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체험실, 관절염에 특효가 있다는 홍화꽃잎따기와 도자기 만들기, 한방약초퀴즈,심마니 찾기 등 다양한 행사도 흥미를 끈다. 농악경연대회, 패러글라이딩 축하비행과 공연, 류의태와 허준추모제, 목화심기 행사와 관광객들이 직접 손수건을 염색해 볼 수 있는 천연염색행사도 이어진다. 영화 '단적비연수'의 선사시대 세트가 그대로 보존된 황매산을 찾으면 또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50여만평의 고원지대를 붉게 물들이며 펼쳐진 철쭉 자생지. 이를 배경으로 삼아 들어선 선사시대 고을에서는 대장간에서 직접 못을 만들어보고 평상에 걸터앉아 마시는 사발 막걸리는 옛 산음땅을 지나던 나그네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산청=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