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국민은행에 대한 연장감사에 들어가자 은행측이 배경파악에 부심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한다. 감사원은 별다른 뜻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그동안 은행장 물갈이설이 광범하게 유포돼 왔다는 점에서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는 특정 은행장을 편들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선진금융 인프라 구축을 내세우고 있는 새 정부가 과연 은행장들을 이렇게 흔들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임기를 무시하고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은행장이 교체된다면 책임경영을 기대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주총이 끝난지 1개월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체설이 나오는 것 자체가 후진적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지금 나돌고 있는 물갈이설의 배경이 재경부나 금감위 등의 퇴직공무원들 자리마련용이라는 소문이고 보면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어떻게 국책은행도 아닌 시중은행장까지 공무원 인사편의를 위해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러고도 관치인사 관치금융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과연 누가 믿겠는가. 지금 은행권은 가계대출 부실로 순익이 급감하는 등 비상이 걸려 있는 상황이다. 외화의 경우 신규차입은 물론이고 만기연장에도 애를 먹고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인사설로 일이 손에 제대로 잡힐리 만무하다. 물론 정부는 대주주로서 명백한 사유가 있으면 임기중에도 은행장을 교체할 수는 있다. 그러나 표적감사 등을 통해 물러나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교체 사유가 있다면 그 사유를 밝히고 책임을 물으면 된다. 그리고 후임 행장 선정에 정부가 지나치게 간여해서는 안된다. 지난 시절 낙하산 인사에 따른 적폐로 누적돼 온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사실을 벌써 잊었는가. 정부는 밑도 끝도 없이 인사설만 흘릴게 아니라 하루속히 은행장의 거취문제에 대한 분명한 매듭을 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