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대통령'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 경제회복을 낙관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달 30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이라크전의 조기 종전으로 미 경제가 올 하반기에는 '뚜렷하게 개선된 속도로(noticeably better pace) 성장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미 경제를 비교적 어둡지 않게 진단해온 그였지만 '하반기'라는 구체적 시기까지 거론하면서 경기회복을 낙관한 것은 처음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최근의 소비자신뢰지수 상승과 기업의 내구재 주문 증가,증시 안정 등을 경기회복 조짐으로 들었다. 그는 특히 1990년대 초 고용 증가 없이 경제만 회복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고용 증가 속의 회복이 될 것이라고 언급,향후 미 경제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린스펀 의장의 하반기 경기회복 전망은 최근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하반기 4% 성장론'과 일치한다. 그린스펀 의장은 그러나 "경기회복의 관건은 설비 투자 확대 등 기업지출의 증가 여부"라고 전제,기업투자가 활발하지 않을 경우 경기회복세가 약해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렇지만 증시 등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있어 기업투자가 재개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부연,기업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린스펀 의장이 미 경제상태를 긍정적으로 평가함에 따라 오는 6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RB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작아졌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 경제가 기대와 달리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하반기에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경제진단과 함께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감세문제에 대해 또 다시 비판적인 입장을 피력,자신의 연임 지명 방침을 시사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추진 중인 배당소득세 감면 등의 감세정책으로 재정적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행정부에 대해 다른 분야의 징세를 늘리거나 정부지출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여파에 대해서도 "사스의 경제적 충격이 동남아시아의 관광산업 분야에 국한돼 있다"며 사스가 세계경제에 아직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