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금이 중남미와 유럽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남미와 유럽의 경우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이라크전쟁 등과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없고 금리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1일 "선진권과 신흥시장권에서 새로운 자금흐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선진권의 경우 미국과 일본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유로존으로 흘러가고 있으며,신흥시장권에서는 홍콩 대만 등에서 자금이 이탈해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로화 가치는 지난 30일 4년만의 최고 수준인 유로당 1.1175달러까지 치솟는 등 미 달러화에 대해 초강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브라질의 헤알화와 멕시코의 페소화 가치도 올들어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 사스 충격으로 중남미 대안론 급부상 ='사스 충격'이 국제자금의 흐름을 바꿔 놓고 있다. 이라크전쟁과 북핵위기 등의 영향으로 아시아에서 지정학적 위험을 느껴온 국제자금이 사스 공포까지 겹치자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홍콩의 피터 차우밍탁 TAL CEF 글로벌 자산관리 펀드매니저는 "일부 글로벌 이머징마켓 펀드들이 아시아 증시에 대한 투자비중을 줄이고 중남미 국가들의 주식을 집중 매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영향으로 브라질과 멕시코 증시는 이라크전 직전과 비교할 때 각각 15.18%, 8.01% 급등했다. 이는 사스 영향권인 홍콩과 대만의 증시가 같은 기간동안 각각 4.81%, 8.12%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 고금리도 투자 메리트로 급부상 =최근 몇개월간 국제금융시장의 가장 뚜렷한 흐름중 하나는 유로화의 강세기조다. 유로화 가치는 지난해 12월4일 달러화와 1 대 1의 등가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일 미국 일본 등의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에 맴돌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유로존 지역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의 마이클 루이스 환율분석가는 "국제자금이 고수익을 향해서 움직이고 있다"며 "일본투자자들도 수익률이 높은 유로존채권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 주요국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3월 중순 4%선을 넘어서 미국(3.845%) 일본(0.600%) 등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증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점도 유로존으로 자금이 몰리는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유럽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AIM유럽성장펀드의 제이슨 홀처 사장은 "중소형 주식을 비교할 때 유럽주식이 미국주식보다 20∼30%가량 싸다"며 "유럽주식이 상대적으로 미국보다 과매도된 상태"라고 말했다. 브라질이 지난 29일 10억달러어치의 해외채권 발행에 성공한 것도 경제안정과 함께 10%가 넘는 수익률이 국제투자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고수익은 유럽과 함께 중남미가 새로운 투자지역으로 부상할수 있는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