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와 대안연대가 자본의 국적 문제를 놓고 논쟁 2라운드에 돌입, 눈길을 끌고 있다. 장하성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고려대 교수)이 최근 참여연대가 발간하는 '참여사회' 5월호와의 인터뷰에서 라이벌 단체인 대안연대에 포문을 열었다. 영국계 크레스트증권의 SK㈜ 주식매집 사건을 놓고 대안연대측에서 "기업 국적은 보호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데 대해 "기득권적 보수와 이념적 좌(左)가 일맥상통했다"고 공격한 것. 대안연대쪽에서도 정승일 정책위원(베를린대 박사)이 인터넷 홈페이지(www.position21.jinbo.net)를 통해 "참여연대와 일부 인터넷 매체들이 주창하고 있는 재벌 지배구조 개혁론은 월스트리트의 논리를 추종하는 것"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 장하성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 =내부문제는 보지 않고 '정부 탓'하는 재벌과 국내 문제는 안보고 '외국자본 탓'하는 극좌가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 (SK사태를 둘러싼) 이번 논쟁에서 중요한 점은 기득권적 보수집단과 민족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좌가 일맥상통했다는 점이다. 이 논쟁은 우리 경제체제에 대한 본질적 논쟁이다. 기득권적 보수는 재벌을 옹호하기 위해 외국자본은 악마이고 우리자본은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선(善)이라는 논리를 편다. 이념적 좌파들은 민족자본론을 내세워 재벌을 옹호하는 결과를 자초하고 있다. 평소 시장경제, 국제화를 부르짖던 경제신문들이 재벌을 편들기 위해 가장 반시장적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아무리 깨끗한 외국자본이라고 해도 썩고 냄새나는 재벌총수가 더 낫다는 식으로 갑자기 국수주의가 좌우에서 판치는 상황이다. ◆ 정승일 대안연대 정책위원 =오마이뉴스 등 진보적 언론과 참여연대 등은 '펜타곤은 제국주의', '월스트리트는 민주주의'라는 이중잣대를 갖고 미국을 비판한다.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통해 나타나는 미국의 경제적 패권주의, 뉴욕시장의 한국 지배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킨다. 한국의 자유시장파 진보세력은 수구세력 타도를 위해서라면 뉴욕의 외국인 투자세력과 손잡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한국 경제를 송두리째 장악해 속국경제로 만들고자 하는 월스트리트에 고스란히 이용당하고 있다. SK사태는 민족경제의 이익과 해외투기 펀드의 이익이 근본적으로 대립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이들은 '철저한 주주권리 및 시장원칙'을 내세워 외국 투기펀드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