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대통령의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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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때의 일이다.
김 전 대통령은 모 외국 정상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공무원들이 골프를 아예 못치도록 금지시켜 버렸다"고 말했다.
자신이 추진해온 개혁의 성과를 내세우면서 한 얘기다.
이 외국 정상은 "골프는 굉장히 좋은 '운동'인데"라며 의아해 했다고 한다.
물론 골프를 매개로 한 공무원들과 '업자'(민원인)의 유착이나 과거 "골프장에서 정치인에게 '쇼핑백'이 전해졌다"는 등의 한국적 특수사정을 모르는 그 외국정상이 어리둥절해 한 것은 당연하다.
지난 98년 2월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후 다소 융통성 있었던 것처럼 보였던 공직사회의 골프 가이드라인이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다시 강화됐다.
그런 정책기조하에 국세청은 골프장에서 쓴 기업접대비를 기업의 비용에서 제외키로 했다.
그러나 이 방침은 최근 재경부와 청와대가 나서면서 곧바로 백지화됐다.
접대비 규정을 강화해 봤자 또 다른 편법이 동원되고, 바닥으로 가라앉은 내수 경기에 찬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노 대통령과 장관들의 골프 모임이 이뤄지면 국민들의 관심을 끌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남대에서 여야 대표들과 회동하면서 골프채를 잡은 적이 있다.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경기 상대가 장관들이라 해도 골프를 부정적으로 보는 일부 국민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총리실 행자부의 '공무원 골프금지 지침'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변화라는 점도 부담이 될 만도 하다.
그러나 "링에 오르는 사람이 두 개 잃고, 세 개 얻으면 남는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평소 지론대로 판단해 선택하면 된다.
여러가지 말이 나오겠지만 적어도 내수경기 자극, 기업의 영업문화에만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또 기왕에 골프장을 찾으려면 평소에 자주 보는 장관들과만 칠게 아니라 다양한 인사들과 치면 어떨까 싶다.
기업인도 좋고, 금융회사 사람도 좋을 것이다.
운동후 식사라도 함께 한다면 적어도 6∼7시간 민심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다.
허원순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