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채권의 평균 만기가 금융선진국에 비해 너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금융기관들이 자금운용에 제약을 받고 있으며 시장 불안시 만기불일치우려가 있고 보험사.연기금 등의 해외 채권투자 급증으로 자본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국내 채권시장의 듀레이션(현금흐름을 고려한 평균잔존만기)은 1.9년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3.9∼5.4년에 비해 절반이하 수준인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경우 장기국채 외에도 주택저당증권(MBS) 및 회사채 등이 주로 7년 이상의 장기로 발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부 국채를 제외한 대부분의 채권 만기가 3년 이하로 발행돼 장기채권 공급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며 올들어 각종 악재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이같은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장기채권의 발행 부진은 보험사, 투신사 등 장기투자기관의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를 초래함으로써 자금운용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특히 현재와 같은 장기채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경우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채권투자가 확대돼 자본유출과 함께 장기적으로 국내 채권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2월말 현재 거주자(국내 금융기관.기업.개인)의 순수 해외채권(코리안 페이퍼 제외) 투자는 75억4천만달러로 작년말(67억4천만달러)에 비해 8억달러나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나 일부 기업의 장기채권 발행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나 보험사나 연기금의 수요를 충족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선진국에 비해 장기채권발행 여건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의 수신이 단기화하면서 투신사 및 은행신탁의 장기채권 수요는 위축되고 있는데 반해 연기금의 자산운용규모가 확대되고 보험산업이 성장하면서 장기채권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연기금 및 보험사의 채권보유 규모는 지난 97년말 16조7천억원에서 작년말에는108조4천억원으로 6배 이상 확대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